▲고승덕 후보 "딸아 미안하다"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해 6월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유세 도중, 자신을 향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편지를 작성해 공개한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거론하며 "딸아 미안하다!"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 검찰 쪽 증인 심문검사 : "(미국에 있을 때) '데이비드 고'라는 영문 이름을 사용했나."
고승덕 전 후보(아래 고승덕) : "그렇다. 자서전에만 나온다. 자서전을 읽지 않으면 모른다. 더욱이 미국에서 임시로 쓴 이름이었다."
검사 : "인터넷에 올린 적 없나?"
고승덕 : "그렇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언급해) 그래서 깜짝 놀랐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변호인 쪽 증인 심문변호인 : "'데이비드 고'라는 이름을 썼다는 것은 '조인스 인물 정보'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기억 못하나?"
고승덕 : "전 네이버밖에 안 본다."
지난 2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국민참여재판 이틀째 공판이 열렸다.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해 6·4지방선거 직전인 그해 5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승덕 전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인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은 고승덕 전 후보 증인심문 등을 통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공판은 오후 10시 50분에 끝났다.
[재판 쟁점 정리 기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다가온 운명의 시간조희연 교육감이 거짓임을 알고도 의혹을 제기했는지, 의혹 제기 전에 충분하게 조사했는지는 이 재판 결과를 좌우할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검찰이 고 전 후보로부터 '영주권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그의 자서전에만 '데이비드 고'라는 이름이 언급됐다는 발언을 이끌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교육감이 자서전을 보고도 의혹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곧 변호인 쪽 심문으로 검찰과 고 전 후보의 주장은 와르르 무너졌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교육적인 내용 없어"... 기자에게 "시정잡배" 논란이 된 조희연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고 전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여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의 트위터에서 비롯됐다. 최 기자는 지난 2008년 봄 고 전 후보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국 영주권 보유에 관한 얘기를 들었고, 객관적 자료는 없지만 공익 차원에서 이 내용을 묻기 위해 트위터에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 전 후보는 최 기자를 알지 못하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고 전 후보는 "당시 최경영이라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주변에) '허경영은 알지만 최경영은 들어본 적 없다'고 한 적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 쪽은 고 전 후보와 최 기자를 함께 불러 대질 심문을 벌였지만, 서로의 말은 엇갈렸다.
두 증인의 상호 질의응답에서 고 전 후보가 "탐사전문기자의 본능에 따라 제 발언을 기사화해 특종을 하지 않고 왜 트위터에 올렸느냐"라면서 "시정잡배가 아니라면, 찍하지(올리지) 않는다"라고 말해 최 기자의 거센 반발을 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재판부는 상호 질의응답을 중단시켰다.
이번 공판에서 고 전 후보는 조희연 교육감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고 전 후보는 "선거기간 중 조희연 교육감 책을 검증해봤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고 전 후보는 "진보성향인 것 말고는 책에 교육적인 내용이 없어서, 일부러라도 문제삼을 게 없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조심해달라"는 검사의 지적에 그는 "조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차례 공방 후에 조희연 캠프에서) 영주권 보유 의혹과 관련해서 문의하거나 사실을 확인한 사실이 없었느냐"라는 질문에, 고 전 후보는 "그렇지 않다, 덤터기를 씌웠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자극적인 발언을 조심해달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직후, 조희연 교육감과 고승덕·문용린 전 후보는 "서울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라면서 취재진 앞에서 함께 손을 잡은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고 전 후보는 "화해한 게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재판부에 "(조 교육감은)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제게 고통을 주고 있다, 법대로 엄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