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가장 걷기 좋고 풍광 좋은 섬 마을 청산도.
김종성
봄이 오면 그 어떤 섬보다 정답고, 찬란해지는 남도의 끝자락 청산도, 4월 내내 펼쳐지는 '슬로길 걷기 축제'가 한창이다. 주말엔 남도의 축제답게 마을이 시끌벅적하지만, 평일엔 섬 마을의 자연과 정취를 한껏 즐기며 오롯이 걸을 수 있다. 한 폭의 그림으로 마음 속에 내내 남는 유채꽃과 해안가 풍광, 어깨에 닿을 듯 말듯 보면 볼수록 정감가는 마을 돌담 길, 귀여운 목소리의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들이 한 번 찾아가면 오래도록 머물고 싶게 하는 고향 같은 섬이다.
축제의 주인공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 주민의 마을 간 이동로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마을 길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해서 '슬로길'이라 이름 붙였단다. 청산도는 서울 면적 16분의 1 정도 크기의 작은 섬이다 보니 바퀴보다는 두 발로 느리게 걷기 좋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된 청산도 슬로길은 전체 11코스(17개길) 42.195km로 100리에 이른다.
미항길, 돌담길, 범바위 해안길, 다랭이논길, 몽돌 바닷가 등 섬이 지닌 다채로운 풍경, 섬 마을에 사는 사람들, 섬과 길에 얽힌 이야기와 어우러져 거닐 수 있다. 이 밖에 명품1·2길보적산(330m)과 매봉산(384m)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산행길도 있다. 슬로길의 상징은 마을을 등에 지고 가는 느림의 대명사, 작은 달팽이다.
전 코스는 아니지만 며칠 간 서너 개 코스를 걸어 보았다. 신기하게 도시에서 겪었던 봄의 나른함이나 춘곤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요즘 같은 날 왠지 피곤한 이유는 충만한 햇볕과 함께 충분히 걷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청산도의 관문 도청항과 안통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