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진행하는 릴레이 세월호 추모집회를 알리는 홍보물
권은비
매번 집회를 준비하느라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털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아주 느슨한 형태의 모임이에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이요. '세월호를 기억하는 베를린 행동'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매 집회 때마다 영화하는 사람은 영상을 찍고, 사진을 하는 사람은 사진을 찍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하고,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요리를 해주기도 하고요. 누구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하고 있어요." 마침 양혜리씨는 이날 집회 한켠에서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집회 중심부에는 그가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에는 독일 사람들을 물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투어에서 만난 각양각국의 사람들이 참여해왔다.
"지금까지 총 128명의 사람들이 참여했어요. 세월호 희생자 수인 304명까지 사진을 찍는 게 목표예요. 처음에는 그저 애도하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사진을 공부하니까 사진을 찍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 외에 집회 참석자 중에는 작가 홍성담씨도 있었다. 베를린 NGBK에서 열리기로 했던 미술전시에 홍성담씨에 작품을 운송해주기로 했던 한국 내 해운회사가 운송계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번에 베를린에 와야 해서 서울에서 진행됐던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에 참여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집회에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와보니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작품 운송 취소로 아주 난감했는데 새로운 마음으로 현지에 와서 '세월오월' 외 몇 점을 다시 작업했는데, 오히려 한국에 있는 제 작품들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홍성담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베를린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도 끝이 나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의 1년이 되는 시간도 흘러가고 있었다.
세월호 1주기 맞아, 참사 다시 조명한 외신들참사 이후, 1년 동안 <슈피겔(Der Spiegel)>외에 다양한 독일 언론들도 잊지 않고 간간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내용이나 세월호 인양 진행과정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지난 4월 16일, 독일국제 방송인 'DW'(Deutsche Welle)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장문의 기사를 실기도 했다.
이 기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1년 동안 자식을 잃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삶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및 조사의 투명성이 얼마큼 부족한지를 다뤘다. 또 국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의 인양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온라인 신문인 <데어 스탄다드(derstandard)>는 사진가 김홍지씨가 세월호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의 방을 촬영한 사진(아이들의 방)과 희생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물품들을 매우 상세하게 서술하는 데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결국 나는 이 기사를 보다 울음을 터뜨리곤 말았다. 나의 나라의 참사에 대해 그리고 유가족들의 힘들고 기나긴 투쟁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는 외신들의 기사를 읽을 때마다 울컥하긴 했었지만 <데어 스탄다드>의 이번 기사는 특히 더욱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기사에는 단원고 희생자들의 방이 찍힌 사진마다 유가족들이 남긴 말을 일일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된 단어 하나하나를 읽어내려 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울컥한 것은 나뿐이 아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슬프다', '파괴된 삶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남겨진 부모들 삶도 그러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남성은 "아빠가 된 후로 이러한 기사를 읽는 것이 힘들다, 이러한 참사를 읽으니 나의 분노와 공포가 더욱 높아진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 <데어 스탄다드> 관련기사 보기).
이처럼 세월호 참사의 민낯을 본다면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누구라도 분노하고 슬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분이 있는 듯하다.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실도 알려주지 않고 해외순방을 떠나신 그 분 말이다. 대한민국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세월호가 차가운 바다 속에 있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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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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