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동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장. 동양시멘트가 고용노동부 판정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성낙선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접 고용' 판정을 이끌어낸 노동자들의 기쁨은 채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불법과 탈법을 바로잡으려 한 대가로, 하청 노동자들은 결국 설 연휴 전날, 해고 노동자가 돼 거리로 내몰렸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3월 2일, 동양시멘트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동양시멘트에 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다. 해고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가 향토기업으로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질 것"을 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향토기업으로서 지역 주민이 대다수인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동양시멘트가 향토기업에 걸맞은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동양시멘트가 하청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과 같은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동양시멘트와 해고 노동자들의 관계는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집단 해고 이후, 동양시멘트는 지난 3월 30일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와 점거가 자신들의 사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법원에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노동자들이 동양과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서 싸우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문제 때문에 늘 가슴이 무겁다. 해고노동자들 대부분 지금 당장 집안의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투쟁에 소요될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 중에 하나다. 이들은 지금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한 달 보름이 넘는 천막 농성을 이어가면서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해고자'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농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양시멘트에서 일한 대가로 느닷없이 해고를 당한 배신감도 견디기 힘든 일 중에 하나다.
해고 노동자들,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제기하청 노동자들은 2012년 동양시멘트가 삼척화력발전소 유치 경쟁에 나섰을 때도 "여기에 있는 해고 노동자들이 직접 유치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등 동양이 유치 업체에 선정될 수 있게 도왔는데, 그 결과가 해고로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들은 심지어 "동양시멘트가 향토기업으로서 지역에 한 일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배신감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후 화력발전소 유치 경쟁에서 이긴 동양은 지난해 8월 화력발전소(동양파워)를 4311억 원을 받고 포스코에너지에 매각했다. 향토기업이라는 이점을 살려 일거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남기고서도, 정작 지역 주민들이 대다수인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도급계약 해지에 따른 해고'라는 치명타를 안긴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동양시멘트는 현장에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 대체 인력이 투입되는 일자리 역시 문제가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불법' 판정을 내리고 나서도,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법은 사용자가 저질러 놓고도 그에 따른 피해 구제는 노동자들이 알아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가 노동부 판정을 수용하지 않자, 지난 3월 9일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가 자신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투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동양시멘트는 현재 "해고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법적 절차를 정확하게 밟아서 판결을 받아오면 어떻게 판결이 나는지에 대해서 수용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이 느낀 차별과 관련해서는 "본인들이 느끼기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금 같은 경우, "(원청 노동자들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잔업 수당을 포함해) 평균 연봉이 4200만 원으로 그렇게 적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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