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는 각 가정의 필수적인 설비였지만 주거환경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이안수
제가 도시를 떠나 정원이 있는 모티프원을 지으면서 더불어 만든 것이 장독대였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정원의 동편에 직접 평평한 돌을 쌓았습니다. 그 장독대에는 고향에서 옮겨온 크고 작은 독들과 아내가 가양주를 담으면서 사용했던 항아리들이 놓였습니다.
비록 된장과 간장을 가게에서 사다먹는 저간의 사정이 변화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머님이 평생 애지중지하셨던 장독들을 대접하고 장독대를 통해 은근과 끈기 그리고 긴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현재 이 장독대는 인근 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계신 처형과 그 이웃 분들의 공동 장독대가 되었습니다.
#2아파트 발코니에 장독 두어 개를 두고 옹색한 공간에서 장을 담갔던 처형은 이 장독대에서 장을 담고부터는 장맛도 훨씬 좋아졌다면서 행복해합니다. 최근에는 처형의 지인도 처형을 따라 이곳 장독대에서 함께 장 담그기를 시작했습니다.
처형이 담근 장을 나누어 먹는 아내는 오히려 장을 담그지 않게 되었지만 우리에게도 이 장독대는 쌀과 잡곡, 홍시와 효소를 보관하는 여러 항아리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어제(4월 18일) 처형과 처형의 친구 분이 장가르기를 했습니다. 장을 담근 날로부터 4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