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로이드4개월분의 갑상생암 호르몬제
강상오
2015년 04월 16일. 3개월여 만에 병원에 가는 날이다. 평소 저녁형 인간으로 살고 있는 바람에 내 기상시간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다. 하지만 오늘은 늑장을 부릴 수가 없다. 진료 예약이 15시로 되어 있지만 2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체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이라 주차장 입구에 차도 많이 밀리고 집에서도 약 25킬로미터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지난번에는 6개월 만에 병원을 갔는데 스케줄 메모를 안 해뒀더니 체혈하는 걸 잊고 진료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갔다가 그때 체혈을 하고 3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가 왔다. 매번 가는 병원이지만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아깝고 지겹다.
병원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라 밥 먹으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거꾸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서 체혈실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한 체혈실에서 별로 기다리지 않고 체혈을 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주사바늘. 이제 적응이 될 때도 되었건만 매번 너무 무섭다.
대한민국 암 발병율 1위답게 갑상샘암 환자가 급격히 증가를 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도 최근 '갑상선두부종양센터'가 신설되었다. 나는 '내분비내과', '외과', '핵의학과'를 거쳐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갑상선두부종양센터에서 갑상샘암 치료의 전부를 관할한다. 그만큼 더 전문적인 치료를 하는 곳이다.
체혈을 하고 진료시간까지 약 2시간을 배회했다. 예약은 분명 오후 3시였는데 4시가 다되어서야 진료실 앞에 내 이름이 떴다. 내 담당 교수님은 올 한 해 동안 미국에 연수를 가셨다. 그래서 다른 교수님이 올해만 대리 진료를 해주시고 계신다. 지난번에 '분화암'을 검사하는 수치가 기준치는 넘지 않지만 목표치보다 다소 높아서 매일 아침에 먹는 갑상선 호르몬제 용량을 높였다. 높인 약으로 수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을 하기위해 3개월 만에 다시 병원에 온 것이다. 수치가 안정적이면 보통 6개월에 한 번씩만 가면 된다.
이번에도 수치가 목표치까지는 내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고무적인건 지난번보다는 낮게 측정이 되었다고 해서 한숨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호르몬제 용량을 '반 알' 올렸다. 그리고 약 4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하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 앞 약국에서 4개월치 약을 지었다. 항상 병원에 왔다가 집에 돌아갈 때는 큰 비닐백으로 한가득 약을 받아서 돌아간다. 가끔 운동 삼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병원에 오가곤 했는데 너무 큰 약봉지를 들고 돌아다니니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여 이제 차를 가지고 간다.
지갑 속에 지폐 대신 약이 들어 있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