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북정동 네오파트에 사는 학부모들이 16일 베란다에 '의무교육 의무급식'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최경순
아파트에 펼침막을 내걸면 법과 아파트 규약의 어떤 조항을 어기는 걸까요.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아파트 규약에는 광고와 스티커 부착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무급식 찬성 현수막이 광고에 해당된다면 규약을 어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베란다는 개인 소유 구역으로((공동으로 쓰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와는 다릅니다) 공동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사전동의를 주장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개인 소유물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고 월권 행위입니다. 현수막이 아파트 안전에 위해를 가하거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관리사무소 직원의 직권으로 철거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입주민들의 개인적인 일(펼침막 게시)에 관리사무소가 간섭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만약 제재하려면 최소한 입주민 대표회의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아파트 현수막이 불법? 처벌 방법 없다구청이나 동사무소가 현수막 게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법률적인 판단은 이렇습니다.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저촉된다는 것입니다. 미신고·무허가 불법 광고물이라는 거지요. 의무급식 찬성 현수막이 광고라고 한다면 이 법을 일부라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설령 좁은 의미로 이 현수막이 광고라고 해도 옥외광고물 관리법에는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8조는 설치·표시 기간이 30일 이내일 경우 단체 또는 개인의 적법한 정치활동 등에 사용되는 비영리 목적 광고물 등은 신고·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또 제21조는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 기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결론은 이미 났습니다. 공무원들이 강제로 철거한다고 해도 방법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집을 방문해서 철거를 하면 주거침입이 되고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철거를 한다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됩니다. 만에 하나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8조와 제21조가 서로 충돌한다면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가 우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바로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표현의 자유'라는 게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아침 해장국 거리도 안 되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8조가 헌법 21조를 뛰어 넘을 수는 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밥 그릇을 지키기 위한 학부모들의 열정을 어찌 규정이나 법과 비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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