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서계서원 대문인 입덕루에서 바라본 강당.
김종신
서계서원은 덕계(德溪) 오건(吳健)을 모신 곳이다. 오건(1521~1574)의 본관은 함양이며, 남명(南冥) 조식 선생의 제자다. 한때는 퇴계 이황 선생에게도 배우기도 했다. 오건 선생은 서른 살 늦은 나이에 남명 선생을 찾아 배움을 청했다.
지극한 효자였던 선생은 열한 살 때 부친상을 당해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다고 한다. 덕계 선생은 "너는 글을 열심히 읽어 집안을 일으키고 나아가 나라에 쓰일 큰 인물이 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명심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특히 집이 가난해 책이 별로 없어 눈에 띄는 <중용>을 집어 들고 무려 1000번이나 상중에 읽었다고 전한다. 중용에 나오는 작은 주석까지 송두리째 외울 뿐 아니라 내용까지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읽고 또 읽어 진리를 깨우친 공부법은 지금도 우리에게 뜻하는 바가 크다.
11세에 부친상을 시작으로, 14세에 조모상, 16세에 조부상, 24세에 모친상, 25세에 계조모상을 당하였다. 스물 입곱살이 되던 해 복을 시묘살이에서 벗어났다. 이런 까닭으로 늙은 나이에 남명에게 찾아가 배움을 청한 것이다. 남명도 덕계를 '선생'이라 호칭하며 대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