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가한 한 시민이 세월호 모형 배에 추모글을 쓰고 있다.
조정훈
시민들도 발언을 통해 세월호 진실규명과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속한 세월호 인양을 요구했다.
대구시 동구 반야월에서 세월호 추모모임을 하고 있는 '반야월 세월호 지킴이' 채미연(42)씨는 "지난 9일 추모제를 마을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했다"며 "눈이 시리도록 피어있는 벚꽃길을 지나면서 세월호를 탔던 아이들과 일반인분들 생각에 가슴이 시리도록 아팠다"고 말했다.
채씨는 "아직도 희생자 9명은 차가운 바다 밑 세월호에 갇혀 있는데, 어찌 죽은 자식들 이야기가 지겹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세월호의 유가족"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세월호 약속지킴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의 얼굴을 그린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이들은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라며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정예진양의 어머니와 고 최윤민군의 어마니, 고 박지윤양의 아버지는 편지를 보내 함께 해준 대구시민들에게 감사하고 안전한 나라를 위해 끝까지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예진 엄마는 "엄마 기억 속엔 다 엊그제 같은데 천사 같은 아이가 이유도 모른 채 별이 되고 말았네요"라며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너무너무 불쌍한 내새끼, 이유도 모른다면 두 번 죽이는 거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가만히 있다가 당했지만 저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며 "어린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저희들을 위로해주고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 하시겠다며 울먹이시던 대구분들... 절대 잡은 손 놓지 말아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예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너무나 간절히 그리운 예진아, 기어이 꽃이 되고 말았어"라며 "참 이쁘게도 핀 벚꽃 차마 보기 힘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금방이라도 같이 사진 찍자며 엄마한테 안길 것만 같은데..."라고 말했다.
윤민이 엄마는 "대구팀들이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또 훌륭히 해내시는 걸 보면 역시 대구팀이구나 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여러분들이 저희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고 원동력"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윤이 아빠는 편지에서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우리 딸은 2학년이다"며 "변한 게 없고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아직도 1년 전 그대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민들은 가슴에 묻으라 하네요"라며 "정부는 자꾸만 뭘 감추려는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안 지키고 있어요. 자꾸만 꼼수를 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편지를 시민들이 대신해서 낭송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여고생들은 자기또래의 학생들이 이유 없이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