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먹는 놀이.
최종규
지난해 십이월부터 마당과 뒤꼍에서 갓을 뜯어서 먹었습니다. 우리 집 마당과 뒤꼍에는 퍽 먼 옛날부터 이곳에 날아와서 뿌리를 내렸을 갓풀이 겨울마다 천천히 싹이 트고 잎이 오릅니다. 마을 곳곳에도 갓이 올라와요. 갓과 함께 유채도 올라오고, 아기자기한 봄까지꽃이나 별꽃나물이나 코딱지나물도 함께 올라옵니다. 이 풀은 흔히 일월 끝자락이나 이월 첫무렵에 많이 올라오지만, 볕이 잘 드는 자리에서는 한겨울부터 천천히 싹이 틉니다.
조그마한 민들레싹이 돋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월 한복판부터 쑥을 뜯습니다. 삼월로 접어드니 쑥은 뒤꼍을 촘촘히 덮으려 하고, 사월에도 날마다 쑥국을 끓이고 쑥부침개를 할 만큼 쑥을 얻습니다. 때로는 혼자 쑥을 뜯지만, 때로는 아이를 불러서 함께 뜯으며, 때로는 아이한테 쑥뜯기를 도맡아서 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릇에 소담스레 쑥을 뜯은 아이가 문득 나를 부릅니다.
"아버지, 아버지, 냄새 맡아 봐요. 내 손에서 쑥 냄새가 나요. 쑥 냄새가 내 손에 잔뜩 뱄어요."쑥을 뜯으니 손에 쑥내음이 뱁니다. 손뿐 아니라 몸과 옷에도 쑥내음이 배어요. 바닷가 모래밭에 가서 모래알을 만지면서 놀면 모래내음이 손과 몸과 옷에 뱁니다. 불을 피우면 연기가 손과 몸과 옷에 밸 테고, 봄에 하얀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 곁에 서면 매화꽃내음이 손과 몸과 옷에 뱁니다.
"아, 맛있는 냄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