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상암초등학교 뒤 봉우재 오르는 산행길, 봄꽃이 막 이것저것 피어나는 시기,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논을 갈아 물을 받았습니다.
임현철
날이 흐립니다. 움직일까, 말까? 이럴 땐 움직이라 했지요. 비가 내릴락 말락. 또 이럴 땐 어찌 할까? 애매한 날씨는 망설임을 안겨주었습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저질 체력. 극복 방법은 오로지 운동뿐! 덤으로 수행길이 되면 일석이조(一石二鳥).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지요. 이 때,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움직이세. 어디 갈까?"
지난 일요일, 지인의 종용. 마음 고쳐먹었지요. 그리고 이어진 고민. 글쎄, 어딜 가지?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로 유명한 봉우재와 진례산 오르기를 제안했습니다. 마침 진달래축제 뒤끝이라 진달래꽃 여운이 아직 남아 있을 테고, 산벚도 볼 겸. 지인과 죽이 맞았습니다. 남들은 내려오는 늦은 오후, 그렇게 길을 걸었지요. 타박타박. 마음에 쌓인 짐 훌쩍 다 내려놓고.
수행 길. 사방에 온통 꽃이 만발했습니다. 산 벚꽃, 배꽃, 탱자 꽃, 복숭아꽃, 야생 딸기 꽃, 진달래꽃…. 매화꽃 진 자리에 들어선, 아주 작은 매실이 생명의 위대함을 깨우치게 합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지요? 하지만 수행을 겸한, 근력 기르기 산행 길에서 자연의 조화를 대하니, "나오길 진짜 잘했다!" 싶더군요. 암요. 백 번 천 번 잘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