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새천년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푸르른 동해안 풍경.
김종성
오늘 자전거 여행 여정은 삼척에서 해안을 따라 강원도에서 가장 큰 오일장이 열리는 동해시 북평동과 언덕동네 위 멋진 등대가 기다리는 묵호까지다. 삼척항을 지나 새천년해안도로를 오르락내리락 달렸다. 거대한 시멘트 공장에 자리를 내주는 바람에 작게 쪼그라진 삼척항, 항구 언덕배기 위에 자리한 정라동 동네가 눈길을 끌었다. 주민들이 나와 김을 매는 아담한 텃밭에 대문 없는 집이 흔한 소박한 시골 동네 같았다. 골목 오르막길을 잠시 걸어 오르면 예상치 못했던 푸르른 동해바다가 팔 벌려 반겨주기 전까지는.
저 멀리 수평선을 경계로 하늘을 닮은 푸르른 쪽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청명했다. 애마 자전거가 기다리는 언덕동네 아래로 내려가는 길, 주민들이 모여 논다는 마을회관으로 가는 동네 할머니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뉘 집 자식인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던 할머니, "누구나?"라는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짧은 물음에 웃음이 배시시 새어 나왔다. 얼마 전 전남 여수 고소동 언덕 골목길에서 마주친 할머니는 "누구까?"라며 물어왔었는데 둘다 참 정답기만 하다.
삼척항에서 해안가를 따라 삼척해변까지 약 4.2km의 도로는 이름도 거창한 '새천년 해안도로'라는 이름이 있다. 2000년에 개통해서 그렇게 지은 도로란다. 파도와 해풍이 깎고 다듬은 기암괴석과 초록의 소나무 숲, 짙푸른 옥빛 바다 위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최대한 천천히 달렸다. 빨리 지나갈수록 손해 보는 풍경이 펼쳐져서다. 해안도로 들머리 공원에서 자전거 탄 동네 아이들을 보고 오른 손을 쭉 뻗어 앞으로 내보였다. 엉겁결에 '하이 파이브(손뼉맞장구)'를 한 아이들과 새천년 해안도로 오르막길을 넘고, 환호성을 지르며 내리막길을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