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열무와 배추를 섞어 뿌렸는데 아직 누가누군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 둘다 어렸을 적에 솎아서 간단하게 얼가리로 부쳐먹거나 날 잡아 선지국 한 번 끓여 먹으면 그만이다.
김민수
작년 이맘때, 아이들은 제주 여행을 기다리며 무슨 생각들을 했었을까요? 얼마나 아름다운 봄이었을까요? 그런데, 그 봄이 가기도 전에 아이들은 차가운 바닷속에서 피어나지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피어나지 못한 자식들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것도 아픈데, 그 억울한 죽음에 손가락질을 하고 진상규명 외침을 불경시합니다.
이게 무슨 나라란 말입니까? 살아있는 사람이 또 그렇게 죽음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려면 많은 치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이 사회는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고, 그런 일들을 할 수 없는 지도자라면 지도자가 아닙니다.
오십중반의 중년, 나름 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흔적만 남은 옥상텃밭이 이렇게 쓸쓸하고 허전합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도 봄은 이렇게 어김없이 오고, 싹도 어김없이 나온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못내 서운합니다. 이렇게 일년 이년 지나다보면 익숙해 지는 것이겠지요.
만수를 누리시다 호상이라 할 수 있는 이별을 한 부모와의 정도 이럴진데, 피어나지도 못한 자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할 부모들의 마음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봄비가 종일 내렸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못다 핀 꽃들을 위해 하늘이 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피어나지 못한 새싹에게 마져 피어나라, 응원하는 봄비, 그 봄비에 새싹들이 삐죽삐죽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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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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