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하는 지미, 맨발의 폴을 만나다

[리뷰]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등록 2015.04.12 14:14수정 2015.04.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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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를 통해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상으로 향한다." - 린다 매카트니 Linda McCartney

지난해 11월부터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연일 많은 관람객을 모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폴 매카트니의 첫 번째 부인으로도 잘 알려진 린다 매카트니(1941-1988)는 1960년대 뮤지션의 일상적인 모습을 포착하며 유명세를 얻은 사진작가다.


린다 매카트니의 첫 번째 대규모 사진전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대림미술관
이번 전시에는 폴 매카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사진과 비틀스, 도어스,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롤링 스톤즈, 제니스 조플린, 마이클 잭슨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의 모습이 담긴 작품, 그밖에 사회적인 시선이 녹아든 사진까지 모두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무려 20만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은 뜨거운 인기를 고려해 주최 측은 오는 5월 25일까지 전시 연장을 확정했다. 이번 전시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린다 매카트니의 첫 번째 대규모 사진전이라는 점은 기획에 신선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애니 레보비츠 등 많은 대가들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최고의 여성 작가 가운데 한 명인 만큼 그녀의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사진전의 가치는 분명하다.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비틀스 해체 직후의 폴 매카트니와 그 가족의 일상이 담긴 'Family Life'(가족의 일상)가 그 첫번째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했을 이 시기의 사진들은 린다 매카트니의 서정적인 시선에 의해 더없이 따뜻한 날들의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두 번째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Social Commentary'(사회에 대한 시선)다. 이 작품들에선 큰 사회성이나 상징을 찾아볼 순 없으나 린다 매카트니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녹아든 독튼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녀 스스로, 혹은 남편인 폴 매카트니나 유명 가수들에 의해 담긴 린다 매카트니 본인의 모습, 'Portrait of Linda'(린다의 초상화)도 이번 전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봤던 린다 매카트니가 그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알고 싶다면 이번 전시회가 해답이 될 듯하다.

"엄마가 내게 가르쳐준 많은 것들 중에,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인생을 대하는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자세였다. 그건 그녀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가족과 음식 외에 엄마가 열정을 쏟은 것은 분명 사진이었다. 사진은 그녀의 일일 뿐 아니라, 삶이었고, 자기 자신의 연장선이었다.


모든 사진 속에 그녀가 스며있다. 그리고 그녀의 유머가, 연민이, 자연과 인생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그녀가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과 일상을 대하는 신선한 시각까지도 드러난다. 그녀의 카메라 렌즈는 진정한 린다, 그녀 자신을 보여주는 통로였다."
- 스텔라 매카트니, Polaroid by Linda

유명 뮤지션 일상 엿볼 수 있어

마지막으로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유명 뮤지션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Chronicler of the Sixties'(1960년대 연대기)는 이번 사진전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비틀즈 뿐 아니라 지미 핸드릭스, 밥 딜런, 재니스 조플린, 에릭 클랩턴, 사이먼 앤 가펑클, 더 후, 도어즈, 롤링 스톤즈, 마이클 잭슨 등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많은 올드팝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듯하다.

그 가운데 몇몇은 앨범의 표지로 실리며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또 몇몇은 일부 팬들에게만 알려지기도 했으나 린다 매카트니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들에서 유명인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담겼다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 하겠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비교적 좁은 전시장의 제약에도 관람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적극 도모하고 관람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여러 장치들을 통해 미술팬들의 폭넓은 애정을 받는 장소다.

프랑스 건축가 뱅상 코르뉴에 의해 개조된 미술관의 외부는 통의동의 주변 주택가와 잘 어울리면서도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 내부에 걸린 작품들과 또 다른 조화를 이뤄낸다. 그동안 작품과 연관된 문구를 전시장 벽면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유도해온 대림미술관은 이번에도 그러한 장치를 적극 활용해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들이 관람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 공연이 성사됨에 따라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은 오는 5월 25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난 그녀의 사진에 감동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진 찍는 과정을 함께한 뒤로는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다. 린다는 편안함을 주는 사진작가였고, 그녀가 사진 속 인물들을 얼마나 편안하게 대했는지는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셔터를 누르고, 그 장면을 사진에 담아내는 린다의 완벽한 타이밍에 나는 늘 감탄했었다. 언제나 재치가 넘치던 린다는 가족에게 헌신하는, 따스하고 사랑스런 사람이었다." -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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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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