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해변에서 보말 채취하기
김태균
하지만 제주살이가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해안가의 옛날 시골집을 빌린 것이기에 집에 곰팡이가 많이 피어있어 페인트질을 다시 하고 곳곳을 단장하는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매달 1번씩은 피어나는 곰팡이를 없애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하고 바퀴벌레, 지네와도 친근해야 했다.
하루는 수트를 입고 보말을 채취해서 집에 와 샤워를 하려고 수트를 벗을 때, 수트에서 손가락보다 더 큰 지네가 나와 기겁을 했다. 수트를 빨래대에 말리는 동안 지네가 수트 안이 습해 들어온 것을 난 모르고 수트를 입고 지네와 같이 수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남편 또한 한밤중에 손가락이 따가워 일어나 보니 지네에 물렸었다. 아이가 안 물렸기에 다행이었다. 그래서 우린 한 달에 한 번씩 방역을 하고 텐트를 갖고 오름 근처에서 야영을 했다. 제주도는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기름보일러이고 웃풍이 세서 따뜻하게 지내려면 월 50만 원 정도가 난방비로 나간다. 그래서 우린 전기장판으로 가끔씩 습하다고 느낄 때만 난방을 하며 지냈다.
제주도에서 유휴자원 공유하며 살아가기보목동에서 시골집을 완비하고 우린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공유경제로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지 논의했다. 시골집에 방이 3개인데 우린 방 한 개로 살아도 충분하기에 유휴자원인 방 2개가 있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공유하니 올린 지 며칠이 안 되어 문의가 들어오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시골집이고 에어컨이나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전 세계에서 머물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니, 세상에는 우리의 코드와 맞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