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차 상이 곧 비움의 미학이 녹아있는 발우공양이었지요. 행복했습니다.
임현철
스님, 뒤에서 들으시고, '허~ 요놈 봐라'시듯, 빙그레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맛난 김치가 있는데 묵은 김치도 좀 줄까?""주신다면 감사하지요."이심전심이었습니다. 곡차(막걸리)의 다식(안주)으로 지리산 청학동에서 가져 온 곶감만으론 2% 부족하지 싶었는데, 발효식품의 대명사인 김치가 부족함을 메운 겁니다. 아주 정갈한 한상차림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했습니다. 덤으로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이 곡차 상은 반백년을 넘어 사는 동안 받아 본 술상 중 단연 '최고의 술상'이었습니다.
이쯤해서 이실직고 해야겠습니다. 예전엔 술 마셨다 하면 끝장 보는 아주 미련 곰탱이 술꾼이었지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노력하니 차츰차츰 변하더군요. 이제야 '절주의 미학'을 알게 되었지요, 간혹 '미학'이고 '나발'이고 할 때가 있습니다만, 때와 장소의 분별이 있으니 한 시름 놓았습니다.
곡차는 점점 비워졌습니다. 배는 차츰 불렀습니다. 결국 빈 그릇만 남았지요. 싹싹 비움의 미학이 가미된 넉넉한 한 끼 발우공양에 행복했습니다. 당분간 타는 목마름은 없을 듯합니다. 대신, 변하지 않는 진리에의 갈구만이 남을 듯합니다.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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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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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간 받았던 술상 중 단연 '최고의 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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