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열린 한국군의 베트남전 양민학살 피해자 증언회 행사에 앞서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회원 170여 명이 민주공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국군의 양민 학살 증언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정민규
하지만 모든이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증언회에 앞서 베트남전 참전 퇴역 군인들은 민주공원 들머리에서 집회를 벌였다.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부산시지부 소속인 170여 명의 노병들은 증언에 나선 베트남인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날 증언회에 온 베트남인들을 '베트콩'이라고 불렀고, 이들을 초대한 한국인들을 '빨갱이'라고 불렀다. 울려 퍼지는 군가는 '멸공의 횃불'이었다.
일부는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치고 막아선 경찰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밀고 올라가자"는 외침과 "죽여라"는 섬뜩한 구호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폴리스라인 뒤로는 200여 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의 중재에 전우회 회원들은 행사 시작 전 집회를 정리했다.
그렇다고 노병들의 분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집회를 마치고 내려가던 강성의(67) 고엽제전우회 부산지부장은 기자와 만나 "한국군은 베트남인들을 도우면 도왔지, 양민 학살은 저지르지 않았다"며 "저런 증언은 우리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언회를 찾은 미국인 마이클 허트(43)는 이날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던 한국사람들이 맞는가?"라고 되물었다. 한국에서 15년을 산 허트는 지금 부산의 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전을 패전이라 인정하지 않던 미국도 지금은 전쟁 범죄를 반성하고 있는데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이 이런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매번 일본에게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한국이 자신들의 전쟁 범죄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 꼬집은 허트는 "한국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좋은 예를 일본에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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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왜곡에 항의하던 한국인들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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