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인 채택문제로 공전을 거듭하고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압박했다.
남소연
월요일 오전은 아침회의에서 쏟아진 정치인들의 발언이 기사화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는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갈테니,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나오라"고 말했다. 청문회가 무산되고 특위 활동이 사실상 종료되기 하루 전에 나온 전격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에 기사가 쏟아졌다. 당연히 문 대표가 참여한 개막 테이프 커팅 행사에는 그리 많은 기자가 몰리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돼서야 행사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국회의원 400명은 돼야"'라는 기사제목을 보고 동공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관련기사 :
문재인 '의원 정수 400명' 발언했다가 급히 진화). 기사 내용은 행사에 참석한 문 대표가 적정 의원 정수를 묻는 스티커 설문에 '351명 이상'을 선택했고, "몇 명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400명은 돼야 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날 오후에 예정돼 있던 그의 '기조연설'에 관심이 증폭됐다. 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이 전 대통령의 출석까지 요구하고, 의원정수 의제까지 던졌다면 그날 저녁 뉴스와 다음날 조간신문의 주인공은 문 대표가 분명해 보였다.
새정치연합 "대표 의사 전달됐는데 더 언급할 필요 있나?" 그러나 이후 상황은 아주 황당하게 전개됐다. 오전 문 대표의 발언을 가지고 기사를 쓰려고 할 때, 문 대표의 발언을 기사화 하지 말아달라는 당 관계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기사를 쓰지 않을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기조연설에서 문 대표의 추가 발언까지 확인해 기사를 쓰기로 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그에게 기자들이 오전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 의원정수가 400명이 적당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입니까?"하나의 퍼포먼스(스티커설문을 두고 한 말)였으니까 제가 가볍게 그렇게 한 겁니다. 의원정수에 관한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데, 오늘 그 말씀을 드리면 정책엑스포에서 관심들이 넘어가게 되니까 다음에 더 준비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오늘 하신 것도 '정책엑스포'의 일환이지 않나요?"오늘은 간략하게,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거고요. 허허(웃음). 나중에 한 번 따로 말씀 드릴게요."
문 대표는 순식간에 자신의 발언을 '장난'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유는 두 가지다. 당에서 준비한 큰 행사가 자신의 발언에 묻혀 주목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첫 번째고,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국민들이 가지는 반감 때문이다. 관련 기사에는 수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의원의 정수 관련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현행 300명을 유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다.
이후에도 당에서는 문 대표의 발언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400명이라는 숫자는 문 대표가 깊이 생각을 정리해서 한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의원 정수 문제를 당론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한 것도 아니다. 정개특위 차원에서 논의돼야하고 당론으로 정하려면 좀 더 복잡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문 대표는 개인적으로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이유는 정당명부 비례대표(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여성 30% 할당 등 정치개혁과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고, 또 당 대표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돼야 할 부분이다. 문 대표의 발언도 이러한 정황을 잘 정리해 설명했으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그 발언을 주워 담기에 바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기사가 많이 나올텐데, 그 취지나 배경을 잘 설명하는 게 좋지 않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표의 의사가 전달이 됐는데 논란이 되는 걸 우리가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당이 여론에 밀려 대표의 발언을 사실상 철회시킨 것이다.
'박근혜의 길' 보여주고 있는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