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
wikipedia
밀리밴드는 당권을 손에 넣자 기다렸다는 듯 신노동당(New Labor), 즉 '제3의 길'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최대 지지세력인 노동조합의 힘을 앞세워 노동당의 정강 정책을 대대적으로 고쳤다.
그는 블레어 총리의 '제3의 노선'이 서민이나 노동자를 외면하고 친기업, 친자본으로 지나치게 편향되는 바람에 사실상 보수당과 다를 바 없는 정당으로 변질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의 '좌파 본능'을 되찾기 위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 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리밴드 당수는 총선 공약으로 부유층 증세, 최저 임금 인상, 이민 개방, 대학 등록금 감액, 에너지 요금 동결, 국민건강보험(NHS) 강화를 내놨다. 캐머런 총리가 추진하는 유럽연합(EU) 탈퇴도 영국의 정치적 지위가 낮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밀리밴드 당수는 노동당 홈페이지에 내건 출사표에서 "이번 총선은 영국이 소수의 권력층이 아닌 노동자를 위한 국가로 바뀔 기회"라며 "국부를 소수 부자들의 주머니에 쌓아둔다면 영국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고, 노동자가 성공해야 영국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 세력이 이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은 "밀리밴드 당수가 정권을 잡으면 영국 경제가 대란에 빠질 것"이라며 경고했고, 보수 성향 신문 <데일리메일>은 '레드 에드'라는 색깔론을 들고 나와 그의 아버지는 영국을 혐오했으며, 사회주의로 이끌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밀리밴드 당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곧바로 반박 기고문을 실어 "나의 아버지는 영국을 사랑했고, 영국 해군에 입대해 2차 대전에도 참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은 "노동자를 위해 작동하는 자본주의를 원하는 것이지,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이 신문은 결국 해당 기자를 징계하고 공식 사과했다.
물론 밀리밴드 당수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당 지지율은 노동당이 앞서지만, 인물 선호도는 캐머런 총리가 밀리밴드 당수보다 높다. 일반 유권자나 온건 노동당 지지층이 보기에 다소 과격할 정도로 좌파 노선을 고집한 탓이다.
또한 선거전이 워낙 박빙이라 노동당과 보수당 둘 다 전체 650석에 이르는 하원의 과반을 차지하기 힘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선거가 아닌 연정 구성에서 승리하는 쪽이 정권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노동당과 밀리밴드 당수가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연정에 성공하려면 강경한 좌파 정책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하이브리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고집해온 정통 좌파의 이념이냐, 아니면 정권 탈환이냐. 밀리밴드의 선택이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정통 좌파' 밀리밴드, 영국 총리 될 수 있을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