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의 항의방문을 받은 충암고 박상국 교장.
권우성
박상국 교장은 같은 날 오전 언론보도를 보고 항의방문을 온 학부모단체 회원들에게 "급식비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어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이었을 뿐 일부 언론보도처럼 '꺼지라'고 말하는 등 비교육적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그 반대였다.
학생들 "친구 망신 당하는 거 보고 나도 밥맛 떨어졌다""싫었어요. 밥 먹기 전에 그 모습 보고 기분이 안 좋아서 밥도 남겼어요. 미납 친구는 아예 밥을 안 먹던데요? 이런 행동은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해요."당일 그 자리에 있었다는 한 3학년 학생에게 다가가 '급식비'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옆에 있던 친구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며 본인이 목격한 장면을 흉내내기도 했다. 근처 건물 앞에서 공놀이를 하던 한 3학년 학생도 "전교생이 줄 서 있는데 그 앞에서 밥 먹지 말라고 한 거 자체가 보기 안 좋았다"라면서 "일단 밥은 먹이고 따로 불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표했다.
직접 교감에게 추궁을 당했다는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2학년인 한 학생은 "일단 밥은 먹어야 사니까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복도 중간에서 '급식비를 왜 안 내느냐'는 얘기를 들었다"라면서 "명세서 끊어서 부모님 갖다주라고 하면 되는데 너무 공개적으로 하니까, 심리적으로 좀 그랬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2학년 학생은 "(밥 먹지 말고) 그냥 가라고 그래서 그냥 '아 몰라요'라고 말하고 들어갔다"라면서 입술을 삐죽이기도 했다. 곁에 있던 친구는 "(급식비는)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거라서 학생들은 안 낸 줄 모른다"라며 "그럼 안 냈다고 말해주면 되는데 먹지 말라고 하면 애가 뭐가 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