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도보행진단세월호 도보행진단
구자숙
저는 아이들 유품을 찍은 사진을 들고, 그 뒤를 따랐습니다. 유가족과 함께 걸으며 끊임없이 외칩니다.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라""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라""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침몰하는 대한민국 진심을 인양하라""애타는 기다림 실종자를 가족 품에"대안학교에서 왔다는 직접 만든 몸자보를 걸치고 함께 걷는 중학학생들, 이제 2살쯤 되보이는 아이를 안기도 하고 힘들면 내려서 걸리기도 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하는 어린 부모, 사탕을 나눠주면서 걷다가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은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뒤에 따라오는 119 차량을 안내해주는 유가족 아버님들, 발에 물집이 터져서 힘들다고 하니 무전기로 밴드를 구해다 주는 진행팀들, 모두가 그렇게 서로를 도와가며 저녁 8시까지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외친 말들.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라""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라""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침몰하는 대한민국 진심을 인양하라""애타는 기다림 실종자를 가족 품에"
정말, 간절히 바랐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바람들이 어서 현실이 되어 유가족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그리워할 수 있기를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 하루 편히 잠잘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걸어 본 적은 없더군요. 중간에, 정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해는 지고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어디가 끝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발을 질질 끌면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도착을 알렸습니다.
순간, 너무 기뻐 옆에 함께 걷던 사람을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도보행진단을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인사하더군요. 그 아이들에 너무 부끄러워서 징징거리던 마음을 빨리 감췄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함께 한 사람들과 우리의 도전과 참여를 축하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 행렬에는 생존자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모두 이렇게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면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함께 해주세요"란 유가족들의 애타는 외침을... 도보행진하며 어느 때보다 마음 속 깊게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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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단원고 학생의 말에 힘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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