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일문 <유리창> 대표
김진하
화랑 실내는 어두웠다. 조명이 벽면에 걸린 그림들을 집중해서 비췄기 때문이다. 작은 화랑 한쪽에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우일문 <유리창> 대표와 마주앉았다. 인사동 '나무아트' 화랑이었다. 인터뷰 장소는 우 대표가 정했다.
지난달 30일, 우일문 <유리창> 대표를 만났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이명수의 <그래야 사람이다>를 보고,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판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데 <유리창>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우 대표가 그렇게 원하는 '대박'을 친 책은 있는 건지 궁금했다.
우 대표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인터뷰는 2012년 5월로, 창업 1년 즈음이었다. 3년 전이다. 20년 전문편집인이 창업한 1인 출판사의 전망이나 현황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했다. 그가 <오마이뉴스> 블로거라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관련기사] "빵빵한 저자 '꼬셔서' 대박 치고 싶었다"두 번째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을 했더니 대번에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그의 근황이 궁금했으나 그는 <그래야 사람이다> 홍보가 절실했다.
우 대표는 2011년 5월, 1인 출판사 <유리창>을 창업한 뒤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책이 팔려야 다음 책을 낼 수 있는 힘과 더불어 자금을 확보하는데,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이번에 출간한 <그래야 사람이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래야 사람이다>는 이명수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낸 책으로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사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읽고 있노라면 마음에 무거운 쇳덩어리가 하나씩 둘씩 얹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목울대가 뻑뻑해지고 눈에 물기가 차오르면서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다. 어떻게 이 책을 출간하게 됐는지 호기심도 생겼다.
다음은 우 대표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사진은 인터뷰 장소를 제공한 김진하 나무아트 화랑 대표가 찍었다. 김 대표는 <그래야 사람이다> 표지 글씨 '사람'을 썼다.
- 2011년 5월에 1인 출판사를 창업해 만 4년이 된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견디고, 버티고 있다. 꾸준히 책을 내긴 했는데, 최근 1년 동안 3권정도 냈나? 처음에는 1년에 6권을 냈다. 못 내도 2달에 1권은 냈는데, 지금은 분기에 1권을 내기도 벅차다. 책이 팔려야 또 책을 내는데 안 팔리기 때문이다."
- 그동안 대박을 친 책은 있나?"대박은커녕 소박을 친 것도 하나도 없다."
- 창업 당시, 2011년은 출판계가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출판계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사실인가?"바닥을 치고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 요즘은 출판계가 어려워서 초판을 500권, 천권을 찍는다고 하던데?"500권 얘기는 못 들어봤지만 천 권을 찍는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다. 초판 천 권을 찍으면 제작비를 생각하면 본전은커녕 마이너스다. 2천권을 찍어 다 팔아도 마이너스인데, 2천부가 다 팔리나? 안 팔리지. 10년 전에는 초판을 5천권에서 7천권쯤 찍었다."
우 대표는 "그 때는 7천권을 찍으면 서점에 2천~3천 권을 깔아놓았는데, 지금은 동네서점이 다 망해서 책을 깔아놓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