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방인성 목사(왼쪽) 한국 개신교회의 원로인 방지일 목사(가운데) 부친 방정원 목사(오른쪽)
방인성 목사 제공
부친 방정원 목사는 아들 방인성 목사에게 "너는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할아버지의 겸손한 성품까지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인성(61․함께여는교회) 목사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을 강조하셨다"면서 "방계성 목사님은 할아버지이기 전에 흠모하는 신앙인"이라고 말했다.
방정원 목사가 전한 바에 의하면 "일제의 혹독한 고문에 등이 패이고, 손톱이 뭉그러진 것을 보여주어야 교인들이 존경하는데도 아버님(방계성 목사)은 '그게 무슨 자랑이냐. 마땅히 할 일이지'라며 겸손을 강조하셨다"고 했다. 주기철 목사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낸 김상복(할렐루야교회 원로) 목사는 "방계성 목사의 겸손, 희생, 헌신, 순교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배워야 할 아름다운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방계성 목사의 순교 의지는 유일한 유품인 성경책에 담겨 있다. 방 목사는 성경책 뒷면에 "예수님의 죽음이 사망을 이기엿으니(였으니) 우리도 갓치(같이) 죽자 갓치(같이) 산다"라는 각오를 글로 썼다.
순교 정신은 아들과 손자에게 이어졌다. 방계성 목사의 둘째 아들인 방정원 목사는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섬긴 사랑의 목사였다. 하지만 방정원 목사는 부친의 끔찍한 고난을 목격한 탓에 목회자의 길을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초등학생인 큰아들 방인성이 골수결핵으로 발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가운데 안수기도로 낫는 기적을 체험하면서 운영하던 사진관을 접고 아버지에 이어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방인성 목사는 아버지 방정원 목사에 대해 "목회자들이 꺼리는 강원도, 경기도, 전북, 충청도 등 두메산골 교회를 섬기다 은퇴했다"면서 "은퇴 이후에는 맹인이신 안일권 목사님을 도와 출소자와 알코올 중독자를 섬기다가 97년 74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높고 화려한 강대상에서 교인을 내려보며 훈계하는 한국 교회와 부자와 권력자를 우대하는 목사 세계에 비춰보면 방정원 목사는 아버지의 익명적 겸손과 헌신을 실천한 청빈한 아들이자 목회자다.
방 목사는 아버님이 "목회할 때 목사이고, 교회를 떠나거나 은퇴하면 목사가 아닌 평신도"라고 말했다면서 "은퇴 이후 목사 신분을 감추고는 개척교회 목사를 묵묵히 돕다가 돌아가셨고, 개척교회 목사와 교인들이 조문을 왔다가 아버님이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겸손한 목회를 물려 받은 방인성 목사는 교인 위에 군림하는 왕노릇 목사상을 혁파하면서 평등과 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교회운영을 실천한다.
교회여, 부활하고 싶은가? 예수 가르침대로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