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n나이든 유명 여성 정치인의 손을 확대한 작업
한지석
알고 보면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담고 있지만, 그 사건의 일부만을 크게 확대한 결과, 애매하고 익명성이 짙은 이미지 그 자체만 남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관한 메타포를 굳이 관객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대신 작가는 관객 참여적 전시를 통해 언론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들을 한 번쯤 의심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다.
예를 들어, <the pin>은 나이 든 여성 정치인의 손을 확대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를 확대한 결과 유력인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연약하고 거친 손의 이미지만 남았다. 이처럼 작가는 관객들이 초신경을 자극하는 이미지 그 너머에 있는 지점을 내다보고, 내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새로운 지점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오랜만의 개인전 준비에 한창인 한지석 작가를 갤러리 조선에서 만나보았다.
- 작품에 사용된 사진이 모두 기사 사진의 일부를 확대한 사진이라고 들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선박의 일부를 확대한 작품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신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저를 비롯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인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세상이야기를 끊임없이 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선별하고 택한 이야기(이미지)들이 아니라 타의적 환경에 의해 전해지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그 이야기(이미지)들이 큰 재난든 아니면 시시콜콜한 개인사든, 이 정보들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됩니다.
그 과정 속에 심각한 폭력이 숨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이미지)들의 의미는 해체되고 껍데기만이 상징화 되어 남게 됩니다. 그 상징들은 우리의 의식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런 영향력에서 벗어나길 시도합니다. 상징화된 이미지의 한 부분을 크게 확대하거나 일부분을 잘라내어 그 상징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관찰하는 시도를 합니다. 세월호 선박의 일부를 확대한 작품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