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주점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콜밴
이선옥
해고 후 농성이 9년째이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간 또한 길다. 민주노총 대전본부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의 여러 간부들, 그리고 대전의 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은 콜텍에 관한 기억을 긴밀하게 나누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콜텍 해고자들, 특히 인천으로 농성 온 이인근, 임재춘, 김경봉 해고자들에게는 끝내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빌 언덕이다.
참으로 9년 동안 염치없이 의지했다고 이인근 지회장은 말한다. 이번에도 일일주점 티켓을 팔러 대전의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그는 제발 이번이 마지막 부탁이길 바랐다고 한다. 2009년 독일과 미국 등으로 부당해고를 알리러 원정투쟁을 나갈 때도 대전의 노조 상급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해고 후 대전 콜텍공장에서 일일주점만 세 번 했고,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정리해고자들을 후원하는 CMS를 모으기도 했다. 대전의 어떤 사회단체의 활동가는 개인적인 책무감으로 등산복을 단체주문 해 팔고 그 수익금을 콜텍 해고자들의 생계비로 내놓기도 했다.
후원은 금전적인 지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마음을 담아 줄곧 농성장의 발길로 이어져왔다. 한 달에 한두 번 대전에서부터 인천 갈산동 농성장으로 대전의 노조간부들이나 시민단체 회원들이 찾아온다. 딱히 정해진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들은 '꿍쳐둔' 용돈으로 고기나 과일 같은 음식을 준비해와 천막 농성장에 머물다 간다.
나는 종종 목격하곤 한다. 전화상으로 대전의 그 사람들은 그저 안부 인사, 그저 아침인사를 던지고, 일상적인 농담에 힘 주는 말들을 보내준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또한 의아했다. 아무리 정당한 싸움이라 하더라도 9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고, 장기농성자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그 마음 또한 식어버린들 이상하지 않는데. 대전의 그 사람들은 참으로 길고도 꾸준하게 농성자들을 지켜주고 있다. 또한 그 관계에선 마음이 실린 말과 행동, 눈빛 같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