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병우 사진작가의 '섬과 숲 사이'전. 전시된 작품만큼이나 공간까지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돈삼
그의 흑백톤 사진에는 특유의 거친 질감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강인한 생명력과 인고의 시간도 묻어난다. 자연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보다, 은유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조형적인 아름다움까지 담고 있다. 섬 사진에서는 바다를, 소나무 사진에선 숲을 떠올리게 한다. 부분을 보여주는 데도 전체까지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대가'나 '거장'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여수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대학에 들어간 뒤부터 서울에서 살았지만요. 종고산 언덕바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 살았죠. 아버지는 생선 장사를 하셨고요. 어렸을 때부터 생활 자체가 바다였어요."배 작가가 일찍부터 섬과 바다에 주목한 연유다. 어릴 때부터 본 섬과 바다는 그의 작품세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해석하는 시도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 에드워드 웨스턴 같은 서양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 눈으로 섬과 사진을 앵글에 담았다.
처음엔 섬과 바다 풍경을 컬러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는 해변의 돌과 파도를 흑백으로 담는 걸 선호했다. 수평선과 힘찬 파도, 섬의 바람, 섬들 사이에 단순화된 선형, 돌에 부딪히는 파도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 사진에선 거센 바람이 보였다. 그 바람이 일으킨 파도가 일렁였다. 파도가 만들어낸 거대한 에너지까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