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혜 서경지부 조직차장이 광운대분회 조합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김동수
다음으로 최 차장이 연단에 섰다. 최 차장은 조합원들이 오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줬다. 칠판에 분필로 무언가를 써가면서 설명을 쉽게 풀어나갔다. 김 국장도 한마디 곁들였다.
"한 사람이 사용자에게 뭔가 잘못된 것을 바꿔달라고 하면, 그 사람은 곧바로 해고됩니다. 하지만 다섯 명이 모여서 함께 가면, 사용자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이라도 해봅니다. 그것이 단결의 힘이지요."단결이 결국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최 차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요즘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기간제한을 본인이 원하면(35세 이상)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해지고, 현재 32개로 제한한 파견허용 업종을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에 대해서는 모든 업종으로 허용하겠다는 부분이다. 청소노동자 모두가 비정규직이란 점에서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어 보였다.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상당히 불리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더욱 극심하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조합원 여러분들, 드라마 <미생>에 나온 장그래 아시죠? 장그래도 여러분과 같은 비정규직입니다. 그런데 요즘 고용노동부가 이 대책을 '장그래법'이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사실상 '장그래 양산법'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말이죠.""맞아. 맞아. 우리한테 불리한 대책이네."조합원 중 일부가 최 차장의 설명에 맞장구친다.
파업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그 다음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이어졌다. 서경지부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쟁의 조정회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조합원들은 차례차례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렸다. 자신이 투표할 차례가 오자 조합원들은 각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중 한 조합원이 내게 다가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설명해줬다.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받는데, 당연히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죠."그는 쟁의행위에 찬성표를 찍었을까. 갑자기 다른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도 궁금해졌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표는 얼마나 나올까. 현재 진행 중인 쟁의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서경지부 참가 분회인 광운대분회는 이제 이 투표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를 시작할 것이다. 일부 국민들은 쟁의행위를 불온시하고 불법화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는 노조법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진행되는 노동자의 주요한 투쟁 방식이다.
"아직도 우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갈 길은 멀고도 멉니다. 우리도 정말 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여러분, 자신의 권리는 자신만이 지킬 수 있습니다. 함께 갑시다."분회장의 총회 마무리 발언이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총회는 그렇게 친교의 공간이자, 학습의 공간이고, 토론의 공간이며, 단결의 공간이었다.
조합원 총회가 끝나고, 몇 시간 후에 진행된 학생총회는 정족수를 채웠다. 그 학생의 부정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학생총회가 성사되자 학생들의 요구 안건은 회의장에서 논의됐다. 총학생회는 이 요구안을 갖고 학교 측과 협상할 것이다. 학교 측도 최소한 이 요구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행할지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하지만 광운대는 대학의 또 다른 구성원인 청소노동자의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그사이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권은 후퇴되고 있다. 학생총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을까. 단체교섭 상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광운대 안에 파업의 기운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광운대는 지금 그야말로 '파업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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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총회... 무르익는 '파업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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