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은적사는 천년고찰답게 곳곳에 멋스러움이 가득합니다.
임현철
여수 돌산 군내리 향교 뒷편의 '은적사'. 이곳의 동백꽃은 숨어 있는 절집답게 더욱 수줍습니다. 이름이 덜 알려진 은적사는 의외로 천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1199년(고려 명종 25년)에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세운 절집입니다. 그 후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가 당시 수군이 시주하여 1656년과 1776년에 각각 다시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폐허가 되었다 복원되었습니다. 주요 전각으로는 대웅전, 관명루, 칠성각 등이 있으며, 주요 유물로는 후불탱화, 칠성탱화, 산신탱화 등이 있습니다. 천왕산 은적사 일주문 주위의 소나무는 멋진 자태로 절집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마침 관성스님께서 텃밭 거름을 준비 중입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주지스님 계세요?""전화 해보셨어요?""스님께서 전화 안 받으시던데.""아프세요.""많이 아프세요?""직접 보세요." 관성스님은 말을 섞으면서도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야외 텃밭에 줄 거름을 실어 나르는 일이 장난 아닙니다. 그나저나 종효스님께서 아프시다니 걱정이 앞섭니다. 수행과 운동에 열심이고, 또한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센 관계로 아플 거란 생각을 안했던 탓에 더욱 걱정입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에서 등신불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