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 황씨 할아버지새벽부터 나와 우리의 사진 모델이 되어준 황씨 할아버지. 생선은 2마리의 가마우지가 잡는다.
Alexandre Sattler
할아버지는 관광객들에게 가마우지와 함께 사진을 찍게끔 하고는 사진 1장당 5위안씩 받고 있었다. 나는 옛풍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황씨 할아버지에게 사진 모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완전히 관광상품화 되어버린 옛것이지만 말이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 할아버지는 품속에서 사진 여러 장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게 나를 찍어간 사람들이야. CCTV부터 미국, 영국 할 것 없이 다 왔다 갔어." 아니나 다를까, 사진 안에는 할아버지를 취재하러 왔다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처음 400위안(한화로 약 7만 원)을 제안했다. 아니 단 1시간 사진 찍는 데 400위안이라니! 영국에서 촬영왔던 팀은 하루 촬영하고 무려 1200위안(한화로 약 21만 원)을 주었다고 할아버지는 강조했다. 물론 대형 방송국에서는 그만한 제작비가 있으니 돈을 줄 수 있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우리 같은 프리랜서 작가들에게는 영 어울리는 가격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 와서 시세만 올려놓고 간 외국인 방송팀을 속으로 원망했다. 할아버지와 흥정 끝에, 우리는 그 다음날 새벽 5시부터 1시간 촬영을 하기로 하고 200위안(한화로 약 3만5000원)에 합의를 봤다.
우리는 새벽 4시 30분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걸어 5시에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1시간이나 늦은 6시가 되어서야 유유히 노를 저으며 왔다. 털털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어제 기분이 좋아서 술을 좀 마셨어. 오늘 아침에 여간 일어나기가 힘들어야지. 사진 찍히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야!"가마우지 낚시는 양수오를 포함하여 계림 지역에서 관광객, 사진작가 할 것 없이 유명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양수오만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양수오는 이강이라는 풍부한 자연의 보고가 있기 때문에,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어업이 발달했다.
특히 가마우지라는 새를 이용한 낚시가 발달했는데, 가마우지는 약간은 오리처럼 생긴 목이 긴 새이다. 낚시꾼들은 이른 새벽이나 밤에 등불을 켜고 낚시를 하러 나온다. 이 때 새의 목 아랫부분에 줄을 묶고 새의 발에 묶여있던 끈을 풀면, 가마우지는 후다닥 물속으로 잠수한다. 가마우지는 물속에서 헤엄치다 생선을 잡으면 입으로 삼키는데, 그 때 목의 아랫부분에 줄이 묶여 있기 때문에 생선을 삼키지 못하고 목에 걸리게 된다.
이때 낚시꾼들은 새의 입을 벌려 생선을 꺼내거나 두 다리를 하늘로 치켜들어 생선이 입에서 빠져 나오도록 한다. 물론 이때 가마우지는 어떻게든 자기가 잡은 생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꽉 묶인 줄 때문에 번번이 헛구역질을 하며 생선을 뱉어내기 일쑤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행하는 동물 학대 같아, 사진을 찍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나중에 가마우지들에게 수고비로 생선을 1마리씩 주는걸 보고, 나름 스스로 이 상황을 합리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