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병원 중요수리 내용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이주현
출입구에 붙어있는 'Shoes hospital 중요수리' 내용을 읽다가 그만 웃음이 터졌다.
"왜 웃어?""망가지면 그냥 고쳐달라고만 했지 이런 재미있는 명칭이 있는 줄 몰랐어요.""맞는 말인데 뭘.... 저런건 내가 최고라 생각하니까. 가죽에도 유통기한이 있어. 십 년이 넘은 가죽은 뻣뻣해져서 못써. 요즘 왜 뻣뻣한 구두가 많은 줄 알어? 공장에서 싸게 만들어 내려니 좋은 가죽을 쓸 수 있나. 그러니 질나쁜 가죽에 광택코팅을 해서 반짝반짝 그럴싸하게 보이기만 하지, 발에는 좋을 수가 없지, 좋은 가죽은 인위적 코팅이 안먹어 자연스럽게 빛나지. 사람도 마찬가지여 겉만 번드르르하면 속이 비었나 잘 봐. 진국인 사람은 티 나게 안 살어."밑창에 본드칠을 하는 아저씨의 손놀림이 조심스러웠다.
"난 싼 재료 안 써. ks제품만 쓰지. 싼 거로 고쳐놓으면 그때뿐이거든, 남는 게 줄어도 내가 고친 구두 오래 신으면 그게 내 자존심이야."아저씨는 십 대부터 시작한 구두 제작기술을 인정받았다. 30대엔 전주와 영등포에 매장도 두고, 종업원도 여럿 있는 사업체도 운영했다. 수제 구두의 호황기 70 ,80년대를 지나며 기계화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값싼 구두에 밀려 어려움도 많았다. 몇번의 부침을 겪고, 이곳에 정착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과거는 자꾸 물어보지 마. 이 나이에 가슴 아픈일 한 두 가지 없겄어. 그래도 비싼 구두는 망가져도 버리지 않고 고쳐달라고 많이 찾아와. 난 그런 구두 고칠 때가 행복해. 아끼는 구두일수록 추억도 많은 법이거든, 버리게 생긴거 새것처럼 고쳐 놓으면 고객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고 사는 게 그런 거지 뭐."아저씬 직접 수리했던 구두를 찍어놓은 파일을 보여 주셨다. 찢어지고 망가진 구두들이 말끔히 수리되어 있는 모습의 사진들이 가득했다.
"내 재산목록 1호여. 손님들을 위해서 만들었어. 정말 수리가 되는지 봐야 믿거든"ks 마크가 새겨진 구두굽과 밑창을 바꾸고 집으로 가는길, 걸음이 한결 편안했다. 사진은 찍지 않겠다고 하여 모습은 담을 수 없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정한 명품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