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미러에 앉은 검은등할미새검은등 할미새가 앉아 있는 모습
이경호
"꼬리를 움직인다"고 하여 할(움지일 할)미(꼬리 미)새로 이름 붙여진 검은등할미새는 연신 차량 창문을 보고 흔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창문을 공격하고 있었다. 검은등할미새는 발과 부리로 약 10여 차례 이상 유리창을 공격했다. 번식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영역권에 들어온 다른 할미새인 줄 알고 공격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자신의 영역권을 지켜내야 번식의 성공률이 높기때문에 필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영역권 안에 다른 수컷이 있다면 암컷에 대한 경쟁과 먹이 경쟁도 해야 되기 때문에 자신의 번식 영역권에서 몰아내기 위한 행위이다. 하지만 유리창에 비친 모습이 자신인 줄 모르는 검은등할미새는 쓰러지지 않는 자신을 10회 이상 공격한 것이다.
처음에 그 모습이 너무 웃겼다. "역시 새머리는 다르구나!"라는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멈출 것 같지 않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걱정되었다. 창문에서 미끄러지듯이 반복해서 공격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본능에 충실한 모습에 웃다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씁쓸함이었다.
진하게 썬팅되어 거울처럼 비친 차량 유리가 새들에게는 저런 불편함을 만든 것이 씁쓸했다. 이러다 차량에도 버드세이버를 붙이자고 해야겠다는 과대망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편리는 자연에 불편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 다시 생각되었다. 나는 바보 같은 행위를 말리기 위해 검은등할미새를 쫓아내었다. 쫓아내고 멀리서 지켜보니 다시 창문을 향해 돌진하지는 않았다. 웃기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던 검은등할미새모습 다시는 보지 않기를 바라며 내 차창에는 버드세이버를 설치하리라 결심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