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감호소로 들어서는 입구에 설치된 알림판(2003년 촬영분). 청송감호소는 지난 2008년 5월 폐지됐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보호수용법안은 명칭 사기다."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제도는 보호감호제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잘라 말했다. 보호감호제와 달리 교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법무부의 설명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원래 교도소에서 교화프로그램을 해야 하는데 지금 못하고 있지 않냐"는 얘기였다.
확대 가능성 역시 문제다. 하 교수는 "시작은 50명으로 하겠지만, 모든 제도는 한 번 도입되면 확대되기 마련"이라며 "전자발찌만 해도 처음에는 성폭력범 등에만 제한해 적용했으나 (강도범에게까지 적용하는 등)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성'이라는 보호수용 기준 또한 모호하기 때문에 "얼마나 (엄격하게) 잘 판단할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또 최근 법무부가 처벌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볼 때 보호수용도 '오랫동안 가둬두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독일 등 유럽선진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는 법무부 주장의 허점을 찔렀다. 그는 "독일만 해도 유럽인권재판소가 '보호수용제는 유럽인권협약 위반'이라고 판결했다"며 "독일이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꾸는데도 학자들은 여전히 이중처벌이고 인권협약 위반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독일 등은 실제로 선고되는 형벌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 보호수용제도 같은 보안처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정부는) 이러한 맥락은 다 빼고 선진제도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호감호와 보호수용의 내용이 다르다는 법무부 주장도 "여전히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접견과 전화통화에 제한이 없고, 작업에 임금을 지급하는 부분 등은 예전부터 (교도소에서)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며 "(수용자가) 전화 몇 통 한다고 (제도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얘기했다.
'보호수용소에서 심리상담과 외부직업훈련 등을 실시해 사회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법무부 설명을 두고는 "교도소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할 거냐"고 되물었다. 이 교수는 "모든 교도행정학 책이 '범죄자 처우는 구금초기부터 충실하게 세워야 한다'고 한다"며 "교도소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나중에 계속 구금해서 처우 프로그램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불도저' 법무부, 국회 앞에서 멈출까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법무부는 31일 보도자료에서 "문제의식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 등으로 각계각층에 있는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최종 결정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의 '작업을 하는 피보호수용자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이란 구절이 '… 지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으로 달라졌을 뿐이었다. 단 한 차례 열렸을 뿐이지만, 공청회에서 나온 '과잉 처벌, 자의적 판단 우려'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월, "보호수용법 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에도 법무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밀어붙이기' 전략이 끝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국회는 2005년 6월 보호감호제의 법적 근거인 사회보호법을 폐지했다. '과잉·이중처벌, 인권침해' 등 여야가 공감한 폐지사유는 보호수용제 비판론과 결이 같다. 시곗바늘은 다시 10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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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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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감호 아닌 보호수용이라고? 명칭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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