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비올라 I '순교자_물(Water Martyr)' 비디오·사운드설치 7분 10초 2014. 사진: Kira Perov 배우: John Hay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사진 제공
비올라의 비디오아트에는 4원소(흙·공기·불·물)가 중요하다. 그 중 물과 불의 사용 빈도가 가장 높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에 비유하면 쉽다. 밥을 먹으려면 쌀을 '물'로 씻고 '불'로 익혀야 한다. 그러니까 그의 예술이라는 밥과 비디오라는 쌀에 물과 불이 필요한 격이다. 어쨌든 물과 불에 관련된 작품을 감상해보자.
우선 물과 관련된 작품 '순교자_물(2014)'편을 보자. 영상 속 주인공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거꾸로 세운 것 같다. 순교자는 폭포수 같은 강력한 물길로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 물의 세기만큼 순교자의 의지는 더 강력해진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그의 이마에 환한 햇빛이 다시 비친다.
순교자라는 뜻의 서양 어휘에는 '증인'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증인이란 '타인의 고통을 보는 자'로서 작가의 관점이기도 한 듯하다. 순교자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시련도 마다않는 자로, 우리 시대의 고뇌를 끝까지 참아내고 결국은 승리로 이끄는 존재다. 작가는 그들의 인내와 용기를 찬양한 것인가.
그의 작품에는 물 장면이 많다. 그에게 물이란 유토피아로 가는 최고의 엑스터시다. 이 점은 기자 간담회에서 작가가 고백한 다음 말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비올라는 6살 때 동네 호수에 빠져 죽을 뻔 했는데 삼촌이 건져주었단다. 만약 삼촌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겠지만, 그는 익사 직전 물속의 시간에서 천국의 황홀경을 맛봤고 그 아름답고 푸른빛 호수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단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엔 물과 관련된 것이 많고 물 속 인물을 봐도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여기에 숨겨진 또 다른 메시지가 있다면 물에 빠져 거의 죽을 뻔한 사람은 절대로 타인을 미워할 수 없고 누구의 생명도 그 가치를 소홀히 여길 수 없다는 뜻인가 보다.
불을 소제로 한 작품 '밤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