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씨는 전기회사에서 해고된 뒤 사흘 만에 아버지가 하는 일에 따라나섰다. 오일장을 돌며 일한다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다. 그는 학생 시절에도 주말이나 명절에는 아버지 일을 도와주러 같이 다녔다.
군산시의회
"이 일도 괜찮으니까, 네가 한 번 배워봐라."오일장을 돌면서 구이 김을 파는 성수씨 아버지가 말했다. 그는 백수가 된 지 사흘 만에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시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에도 방학이나 명절 대목에는 항상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날짜에 따라서 대야 장, 함열 장, 연무 장, 삼례 장과 군산 나운주공시장 노점에서 일했다.
"작년에 일 시작할 때가 설 무렵이었어요. 대목이니까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해요. 하루에 구울 수 있는 김의 양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손으로 직접 구우니까요. 그날 구운 김만 파니까 새벽 3시부터 자리를 잡고 김을 구워요. 나운주공시장은 명절이나 주말에는 노점을 하라고 열어줘요. 평일에는 교통 혼잡 때문에 안 되고요." 패션모델처럼 큰 키(186cm)에 얼굴까지 미남. 런웨이를 걸어도 어울릴 것 같은 성수씨가 오일장에서 구이 김 파는 일을 한 지도 1년 넘었다. 아버지 혼자 장사하던 때보다 매출이 팍 올랐다. 성수씨는 그냥 재미있다. 일하러 장에 다니면서도, 여전히 사람 구경하는 것에 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나와서 애쓰네"라고 말을 건네는 것도 좋다.
오일장에서 즉석구이 김을 팔기 위에서는 먼저 김을 재어야 한다. 기름과 소금이 나오는 기계에다 손으로 김을 한 장씩 넣으면서 재는 작업에도 레시피가 있다. 김의 두께, 계절, 날씨에 따라서 기름이나 소금 양이 달라진다. 여름에는 금방 눅눅해지니까 습기를 뺀 김을 쓴다. 이틀에 한번 꼴로 하루 8시간씩, 아버지와 김 재는 일을 하는 성수씨가 말했다.
"한 2년은 해야 김 재는 법을 알 것 같아요. 지금도 다 몰라요." 성수씨는 처음 3개월 동안은 아버지와 같이 일했다. 함께 김 굽고, 포장하고, 손님들한테 김을 팔았다. 어릴 때처럼, 아버지 일을 돕는 기분으로 일했다. 작년 5월부터 성수씨는 아버지와 각자 다른 오일장에 가서 장사한다. 아버지가 삼례 장에 가면, 성수씨는 대야 장에 가는 식으로. 하루 일이 끝나고 나면, 아버지는 성수씨에게 10만 원씩 주었다.
해고당한 아픔도 아물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와라"는 연락이 왔다. 정규직, 사람을 흔드는 말. 성수씨 마음은 자꾸 그리로 갔다. 그래서 되물었다. 원래 함께 입사했던, 여전히 그 회사에 다니는 성수씨의 친구도 같이 정규직이 되는 거냐고. 회사 측은 "김성수씨만!"이라고 했다. 그가 회사로 다시 갈 이유는 없었다. 김 장사 하는 일이 더 좋아졌다.
노점 하면서 겪는 화장실 문제와 식사 해결 또 다른 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