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산수유
곽동운
IT업계에서 일하는 최아무개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과 트레킹을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다. 얼마 전 서울 근교로 등산을 떠난 그는, 산책로를 걷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앞장선 중년 남성이 카세트의 볼륨을 너무 크게 틀었기 때문이다.
"저는 산에서 새소리를 듣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바람 소리도 좋잖아요. 그런데 그 분 때문에 뽕짝만 계속 들었어요. 새타령도 뽕짝으로 들었어요."
등산로가 한 방향 길이라 계속 동선이 겹쳤고, 그 덕택(?)에 그는 예정에도 없던 뽕짝을 '감상'해야 했다고 푸념했다.
"산에서는 음악 소리를 좀 줄여줬으면 좋겠어요. 주말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자기 좋다고 볼륨을 키우면 안 되잖아요."최근 몇 년 사이, 아웃도어 인구의 급격한 팽창으로 주말이면 서울 근교산들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요즘 같은 봄꽃 산행철은 성수기라 그 혼잡의 강도가 더 심해진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산을 찾다 보니, 위의 경우처럼 종종 볼썽사나운 일도 겪게 된다. 몇몇 불청객으로 유쾌해야 할 산행에서 불쾌감만 얻고 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봄엔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산행 예절도 필요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서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즐겁게 산행할 수 있다. 등산객 모두 즐거운 산행을 하기 위한 몇 실천 제안을 아래 덧붙인다.
[실천 1] 술 좀 그만 드세요 산허리 부근에 가면, 여럿이 모여 술판을 벌이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산의 '정상'은 그곳이 된다. 돗자리를 넓게 펴고 막걸리와 소주를 연신 들이키는 모습은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아니다. 말 그대로 '거한' 술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술잔이 더해질수록 술 냄새는 심해지고, 취기가 오른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된다. 그렇게 술판이 벌어지다 보면 아무리 뒷정리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쓰레기가 남기 마련이다. 등산로 한편에 막걸리와 소주병이 뒹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편 산중에서의 과도한 음주는 하산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행 중 사고의 70%가 하산 시 발생한다. 그러니 산에서는 금주를 해야 한다. 만약 음복을 한다 하더라도 정상에서 딱 한 잔만 하자. '정상주' 딱 한 잔만 하시고, 하산한 후 마음껏 음주가무를 즐기시라.
[실천 2] 꽃 좀 꺾지 맙시다야생화가 아름다운 건 그 주위 배경이 그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꽃집에서 파는 잘 관리된 꽃들보다 흩뿌려지듯 무질서하게 나열된 야생화가 오히려 더 시각적인 미를 돋운다. 기암괴석과 소나무, 계곡물과 산새 소리들이 어우러진 곳에 꽃이 피어있다면 공감각적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 등산객은 그런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주인이 없다는 생각에 마구잡이로 꽃을 꺾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등산로와 인접한 곳에 핀 꽃들은 주말이면 몸살을 겪는다. 식물 채집도 마찬가지다. 봄나물이 입맛을 돋운다고 마구잡이로 캐는 등산객도 있다. 아예 등산할 때 호미나 야삽을 지참하고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마구잡이 식물 채집은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종 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봄나물을 채집해 실제 식용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필자는 등산로 초입에 버려진 채집 식물들을 많이 보아왔다. 지하철 플랫폼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집 식물도 목격했을 정도였다.
[실천 3] 바위는 낙서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