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이름을 반대하는 2차 도시락 파티가 미술관 건설현장 앞에서 열렸다.
유혜준
토요일인 3월 28일은 볕 좋은 봄날이었다. 이날 점심 때, 수원시립미술관 공사현장 앞에 도시락을 싸들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돗자리가 펼쳐지고, 도시락이 그 위에 놓였다. 이날 주 메뉴는 김밥과 유부초밥이었다. 반찬으로 곁들여진 매실장아찌는 달달하면서 아삭해 자꾸 젓가락이 가게 했다. 집에서 직접 담근 매실장아찌란다.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미술관 공사현장 앞에 모여든 것은 수원시가 확정한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이름을 바꾸기 위한 '도시락 파티'를 열었기 때문이다. 도시락 파티는 지난 3월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도시락 파티가 끝난 뒤 참여자들은 화성 행궁 앞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름바꾸기 서명운동'을 벌였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수원 화성의 정체성이 들어간 수원을 상징하는 예쁜 이름으로 바꿔야한다"며 서명에 동참했다.
수원시는 3월 25일, 수원시립미술관 이름을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으로 확정해 오는 10월에 개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홍사준 수원시 문화예술국장은 수원에서 최초로 지어지는 공공미술관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를 붙인 이유를 "미술관 사업을 시작하면서 현대산업개발과 약속했고, 300억 원이나 기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미술관 명칭을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수원시, 아이파크 미술관으로 돈의 위력 보여줬다"[관련기사] 수원시 "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명칭 확정해 개관"'아이파크'는 2001년 3월, 현대산업개발이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일대에 7962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개발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수원시에 시립미술관을 지어서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미술관 부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은 '아이파크 미술관' 명칭을 반대하고 있다. 수원에서 최초로 지어지는 공공미술관에 기업의 아파트 브랜드를 붙이는 것은 정조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염태영 수원시장과 수원시에 미술관 이름을 바꿔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들은 3월 24일, '수원 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수미네)' 구성,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