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9코스 - 서우봉쉽터
강길순
[수ː다][명사]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
사전 속 '수다'의 정의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할일 없는 여자들의 시시껄렁한 일상'으로 치부됐다. 수다의 지위를 '소통과 치유'의 수단으로 격상시킨 건 여성학자이자 방송인인 오한숙희씨다.
자칭 '전국구 수다응원 행상아줌마' 오한숙희씨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수다가 필요한 40대~60대 여성들을 위한 2박 3일 간의 제주 여행 '온리유'를 연다(2015년 4월 21일~23일). '온 세상의 이유는 바로 당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수다'와 '제주 아주망(아주머니)'이다. 제주올레 19코스를 걸으며 제주 아주망들과 고사리를 꺾고, 뭉게죽(문어죽)을 만들어 먹는다. 해가 지면 오한숙희씨와 친구처럼 실컷 수다를 떨며 깔깔 웃을 수 있다. 그래서 '육아와 살림에 지쳐 떠나고 싶은 아내, 엄마, 당신을 웃게 만드는 선물 같은' 여행이다.
여자들의 수다, '속풀이' 여행을 기획하다'온리유' 프로그램은 '여자들의 수다'로부터 시작됐다. 스스로 힐링이 필요해 제주에 정착한 오한숙희씨와 올레길을 운영·관리하는 (사)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이 만나 수다를 떨었다. 여성이 나이가 들면 자식이나 남편보다는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하는 여행이 가장 마음 편하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그러다가 중년 여성을 위한 힐링, 일명 '속풀이' 여행을 기획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마침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의 일환으로 제주의 이미지와 걸맞은 차별화된 소규모 단체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했다. 이들의 수다는 자연스럽게 회의로 이어졌고, 마침내 '온리유'가 탄생했다.
2박 3일 간 프로그램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프로그램 기획회의에서 (사)제주올레 직원들은 그간 올레꾼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제주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올레꾼들이 올레길을 걸으면서 즐거웠고, 또 다시 찾게 되는 것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때문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길을 걸을 때 먹으라고 쥐어준 감귤 하나, 올레꾼이 건넨 인사에 수줍게 답해주는 미소 한 번이 이들을 감동시킨 것.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도 마을 주민과 여행자들 사이에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주망, 밥 먹엉 갑써~'가 기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