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로 만들어진 빗물 음용수 시설스테인레스 재질의 빗물 음용수 시설은 평상시에 사용되면서, 태풍 등 재난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애코피스아시아
광역상수도도 미치지 않고, 지하수도 활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 식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빗물이었다. 빗물은 WHO(세계보건기구)와 UNICEF(유엔아동기금) 등에서는 빗물을 가장 안전한 식수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에코피스아시아 등은 이런 관점에서 빗물 활용시설을 설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 지역 주민의 의견 반영 ▲ 재난대응 시설 ▲ 적정기술 등이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단체가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 우물을 파줬다. 물이 부족해 여성들이 거의 매일같이 수킬로에서 많게는 수십 킬로미터씩 떨어진 곳에서 물을 떠와야 하는 상황인지라 분명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 여성들은 탐탁지 않게 받아 들였다고 한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일부 아프리카 여성들은 물을 뜨러 가는 시간이 (가부장적)남편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여성들끼리 단합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우물 사업 때문에 이런 시간이 없어지게 되니 당연히 마뜩찮게 받아 들였던 것이다. 이는 지역의 '필요'에 대한 사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에코피스아시아는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할 때 현지 조사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의견 수렴도 함께 진행했다. 특히 필리핀은 바랑가이의 수장(체어퍼슨)을 선거를 통해 3년 임기로 선출하는데, 지역에서 바랑가이 체어맨의 결정권한이 크기 때문에 이들과의 의견 수렴이 매우 중요했다.
또한 사업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1톤짜리 빗물 시범시설을 설치하고, 이에 대한 주민 포커스 인터뷰 등 만족도 조사도 함께 실시했다. 이러한 지역의 협력적 구조로 실제 공사를 할 때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이태일 처장의 말이다. 지역의 수요를 조사하는 것은 사업의 성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재난대응형의 적정기술 도입빗물 이용 시설이 재난대응형인가도 중요하다. 저장된 빗물은 평상시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필리핀이 태풍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에 재난 시에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긴급구호기간이 설정되고, 이후 재난복구기간으로 설정된다. 태풍은 보통 비와 바람이 동반되기에 안전한 빗물 시설은 구호기간과 복구기간에도 주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