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풍경경주시 양남면 동해안로 671번지에는 원전홍보관과 월성원전1호기의 폐쇄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장이 한 공간에 존재한다
정대희
"원전 코 앞에서 30년, '괜찮다'는 말뿐" 황분희 어르신이 말했다.
"안동 살다가 30년 전에 여기(나아리)로 이사 왔지. 그때만 해도 원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어. 그냥 공장으로 여겼지. 발전소 사람들도 그동안 얼굴 한 번 못 봤어. 이러쿵저러쿵 우리(주민)한테 설명을 하거나 그런 적도 없었으니까. 근래에 와서야 얼굴 좀 보게 됐지. 원전 코 앞서 생활하는 우리 집에는 손자까지 7명이 살고 있어. 근데 허구한 날 발전소는 '괜찮다'는 말만 하지 도통 정보를 알려주는 게 없어. 인터넷에 들어가면 다 있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도 제대로 못 찾는 자료를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이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원전의 폐쇄적인 정보 공개를 지적한 말이다. 한수원은 누리집을 통해 '원전 주변 환경 방사능 조사 및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원전 관련 주요 연구 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현재(지난 24일 기준) 2009년~2013년까지 작성된 자료가 게시돼 있다. 지난해 8월 게시된 공개 자료를 살펴보면 고리와 한빛, 월성, 한울 원자력 발전소 부지 주변의 육상 및 해양의 방사선량과 각종 시료의 방사능 농도 등이 총 596페이지에 걸쳐 기록돼 있다.
보고서는 월성 원전과 관련한 종합 평가 및 결론에서 공간감마선량률 및 공간집적선량 측정 결과 최근 5년간 평상변동 범위 이내로 발생해 자연 방사선량 수준이라고 밝혔다. 환경 시료 중 일부에서 세슘(Cs-137)과 코발트(Co-60), 스트로튬(Sr-90) 등이 미량 검출됐으나, 과거 대기권 핵실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검출되는 핵종이라고 썼다.
또 요오드(I-131)가 최근 5년간 평상변동 범위 이내로 미량 검출됐지만, 이는 갑상샘 진단이나 치료 목적으로 환자에게 투여한 의료용 요오드(I-131) 중 일부가 인접 하천으로 유입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정리했다.
덧붙여 2발 정수장 빗물과 배수구, 해수에서 보고 기준을 초과하고 경주 지역 지표수에서 요오드(I-131)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또 양식장 어류 및 배수구 부근, 읍천의 해조류에서 세슘(Cs-137)이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도 실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섭취했을 경우를 가정해 선량 한도를 평가한 결과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어 월성 원전에서 배출된 액·기체 방사성 물질들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연간 선량은 0.02859 mSv/yr로 일반인에 대한 연간 선량(1mSv/yr)의 2.8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부지당 제한치(0.25mSv/yr)보다도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결과를 종합하며, 원전 운영으로 인한 주변 주민 및 환경에 유의할 만한 방사성 물질의 축적 경향이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끝맺었다. 나머지 3개 원전을 포함한 종합 결과와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반면, 환경운동연합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최근 10년 치 '원전 주변 환경 방사능 조사 및 평가보고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요오드가 55억 베크렐(Bq), 세슘과 스트론튬이 각각 7억 6000만 베크렐(Bq)에 달한다며, 일상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월성 원전과 관련해서는 물의 구성 성분으로 흡수돼 광범위한 인체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삼중 수소 방출량이 다른 원전보다 10배 가량 높게 측정된 자료를 공개했다. 또 액체 폐기물로 방출되는 방사성 핵종이 다른 원전보다 2~3배 많게 나타난 결과도 지적했다. 하나의 자료를 놓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공개 자료의 신뢰성도 문제다. 이에 한수원이 기록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배출한 방사성폐기물(액·기체)의 방출 현황'에 따르면 기체 폐기물이 약 3500조 베크렐(Bq), 액체 폐기물이 약 2400조 베크렐(Bq)로 총 5900조 베크렐(Bq)에 달했다. 이는 공기 중 또는 바다에 방류되는 방출량이다.
하지만 한수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공개한 배출량은 약 0.7%에 불과한 41조 베크렐(Bq)이었다. 기체 폐기물은 15.7배 축소(41조 베크렐)한 수치를, 액체 폐기물은 10만 5000배 낮은 0.006769조 베크렐(Bq)을 기재했다. 이에 한수원은 당시 '삼중 수소를 제외했다'는 문구를 뒤늦게 삽입했을 뿐, 배출량은 종전대로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