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버스의 창문에 가득히 묻은 먼지3달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에 많은 먼지와 얼룩이 쌓여 있었다.
박장식
지난 19일, 2층 버스가 평택항에 입고됐다. 대한민국 운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평택항 자동차 부두에 일렬로 세워진 자동차 사이로, 건설기계들이 반입되고 반출되는 곳이 있다. 그 곳 사이를 비집고 2층 버스가 들어왔다. 평택국제자동차부두의 한 직원은 "버스가 들어올 때는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나갈 때는 그리 큰 관심을 못 받고 나가게 되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18일, 김포와 남양주에 다른 모델의 2층 버스가 운행될 계획과 예산안이 발표되면서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었다.
지난 1996년, 과천과 서울을 잇는 버스 노선에 2층 버스를 시범 운행한 바 있었다. 당시는 2층 버스의 전고(높이)가 매우 높아 버스가 육교에 걸려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도 있었고, 서울대공원에서는 킹콩버스라는 이름의 놀이기구로 이용된 적도 있다.
이번 2층 버스는 달랐다. 2층 버스 시운행 기간 동안, 시내일반버스부터 광역급행버스까지 모두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운행의 지장이 예상되는 구간은 운행을 하지 않았고, 실제로 약 100여 일을 운행하는 동안 시민들의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다만, 2층 버스의 수입은 확정됐지만 이번 시범 운행에 나섰던 모델은 제외됐다. 국내법에 맞춘 스페인 운비사의 어비스 2.55D 모델을 수입하게 됐다. 이중철 대표는 이번 국토교통부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중철 대표는 지난 17일, "국내법에 맞게 설계된 2층 버스는, 수송량 증대라는 당초 목적과는 맞지 않게 2개의 계단과 4m 이하의 높이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높이가 낮아 답답하다는 이용자 의견도 나오고 있고, 시민들의 체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래 전 정해진 법에 맞추라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2층 버스에 2개의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승·하차 시간의 소폭 축소를 가져오지만, 좌석이 줄어들게 된다. 2개의 계단을 설치한 2층 버스는, 일반적인 1층 버스와 좌석 개수 차이가 크지 않아 교통체증 완화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입석에 특화된 '루트 마스터' 모델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계단을 한 세트만 설치하고 있다.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자신의 블로그 기고를 통해 "규제가 시대변화를 못 따라가는 대표적 사례가 2층 버스가 아닌가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씨는 "버스의 규격에 맞춰 신체를 맞추라는 의미인데, 이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한다"라며, "2층 버스의 규제가 손톱 아래 가시가 되어 통근자의 불편을 키우지 않도록, 정부가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지난 1월 6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배석주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장은 "규칙 개정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계단이 두 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 아직 2층 버스에 대해 마련된 규정은 없으며, 이는 권고사항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층 버스는, 적어도 한국에서 '버스=1층'이라는 개념을 재논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주었다. 2층 버스가 한국을 떠날 때, 기자에게 이를 알려달라고 평택항에 부탁했다. 입고일 며칠 후, 기자의 핸드폰에 "화물이 선적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또 그 며칠이 지나서, "화물이 출항했습니다"라는 간단한 메시지도 전송됐다. 한국 사회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 줬던 버스 한 대는 그렇게 떠났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공유하기
고향으로 돌아간 2층 버스,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