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더좋은미래' 초청 강연자로 나선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더좋은미래 제공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 꾸준하게 제기되어온 '중도세력화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남 전 장관은 23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내 혁신그룹인 '더좋은미래'(이사장 최병모 변호사, 책임운영간사 박홍근 의원) 초청강연에서 "우리나라 현실정치에서 야당이 중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수구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라며 "보수언론이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야당의 타락이다"라고 말했다.
남 전 장관은 지난 3월 13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지를 폈다. 그는 이 글에서 "개혁과제가 산적한 나라에서 '중도화' 운운은 결국 수구의 길인 것이다"라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제시한 야당성 또는 대안성이 희미했기에 '우경화의 늪'에 빠졌다는 심한 비판까지 나온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설득력있게 세상을 읽어온 원로 언론인의 눈에는 야당이 '대안세력'으로서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우리나라가 좌선회를 따라가지 못한다"아직도 외국 시사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는 언론인답게 남 전 장관은 미국의 <타임>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나온 기사들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남 전 장관은 "<타임>지가 보수적인데 그 잡지에서조차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월스트리트의 손바닥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라며 "힐러리 클린턴도 월스트리트의 정치자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남 전 장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일본의 민주당이 맥없이 무너진 데는 오마바 행정부가 작용했다'는 내용의 서평이 실렸다"라며 "오키나와 군사기지를 이전하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민주당이 조기실각했다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남 전 장관은 "제가 왜 이것을 이야기하냐 하면 정치를 볼 때는 '미국'과 '재벌'이라는 팩터(factor, 요인)를 넣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다"라며 "재벌을 손대면 망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거꾸로 재벌을 손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한다, 안보와 외교도 야당에 중요한 파트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제를 한국정치로 돌린 남 전 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어떤 싱거운 사람들이 (야당을) 중도화, 우경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주류인 보수언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주류보수는 재벌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남 전 장관은 "그래서 우리나라 현실정치에서 야당이 우경화, 중도화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수구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라며 "보수언론이 좋아할지는 모르나 야당의 타락이다"라고 꼬집었다.
남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은 발생사적으로 당내에 잡다한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고, 주류 언론들이 진보나 노동계층에 적대적이어서 계속 여론 공세가 들어오니까 새정치연합 안에서도 그런 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수구적으로 나가려는 세력이 (주류 언론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상이 계속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도 우파가 아니라 더 좌파 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에는 "좌선회는 마음에서는 동행하나 현실에서는 동행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나라 상황이 그런 좌선회를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반박했다. 현실비판론자면서 현실주의자인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집약한 것이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고 체계인데 이것을 서서히 발전시키는 것이 낫지 자칫하다 좌선회를 하다가 국민이 못따라오면 표를 잃을 것 아닌가"라며 "그래서 대담한 계획이 필요하지만 표(득표)는 별도다, 대담한 개혁이 필요하나 선거전략으로는 서서히 가는 개선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야당도 이제 진지한 정당이 될 때가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