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현인 노래비 뒷면 약력
이준희
주요 작품을 소개한 다른 비석에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영도다리 노래비의 오류가 그대로 반복된 것은 물론 <럭키 서울>(1949년), <서울 야곡>(1950년), <꿈이여 다시 한 번>(1959년) 등도 발표 연도가 틀리게 적혀 있다. <굳세어라 금순아>을 1953년 발표작으로 맞게 기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문성 부족했던 자문, 노래비 수정 시급하다노래를 나오는 대로 들어야 하는 영도다리 쪽과 달리, 송도에는 직접 현인의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의 편의를 좀 더 생각한 처사이기는 하나, 막상 노래를 들어 보면 그다지 세심한 배려는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노쇠한 때에 녹음한 곡이 많아 아쉬움이 있고, 심지어 어떤 노래는 현인이 아닌 다른 가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일단 세우고 난 뒤 보완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걸까. 드러나는 외양에는 돈을 쓰면서 진정 중요한 내용, 콘텐츠에는 무관심한 일처리의 결과일 것이다.
영도다리와 송도 노래비를 각각 관리하고 있는 부산 영도구청과 서구청 담당자에게 노래비 관련 문제점들을 문의했다. 우선 "자문은 유족, 대중음악계 원로, 예총 등 유관 기관에 의뢰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있는 학계 전문가를 외면한 것이 아쉽다.
가사나 연도 오류에 대해, "세월이 흐르면서 가사가 달라졌다"거나 "음반으로 발매되기 전 이미 무대에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등의 해명이 돌아왔다. 하지만 별다른 객관적 근거가 없는 해명이다. 자문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었음이 다시 확인됐다. 가사에 1951년 1·4후퇴가 등장하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1950년에 이미 무대에서 불리고 있던 곡이라 설명하는 것부터 상식선에서 맞지 않다.
간단히 수정할 수도 없는 노래비가 오류투성이라는 것은 구청 담당자들에게도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곤란이 무관심과 방치, 나아가 대중음악 역사의 왜곡을 계속 이어가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노래를 찾는 사람, 노래로 역사를 쓰는 사람, 노래로 세상을 보는 사람.
공유하기
오류투성이 현인 노래비, 대중음악 역사 왜곡?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