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단식 200일째지난 3월 12일은 산내마을 릴레이 단식 200일 되는 날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는 포스터가 붙어있는 실상사작은학교에서 찍은 사진.
이진순
'다 보상 받고 해결됐는데, 왜 아직도 못 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단다. 학생들을 보면 당시 세월호 안에 있던 아이들이 생각나고 창문만 봐도 세월호 창문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이 생각나는데, 어찌 그 일을 쉽게 잊을 수 있겠냐고 오빠는 반문한다. 또한 참사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무엇이 더 안전해졌느냐고 반문한다.
지금 고등학생인 그의 딸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그동안 1100만 원 정도 제주도의 지원을 받았으나 턱없이 부족한 부분은 대출로 연명하고 있고, 병원을 오가면서 살아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이 본 사람 중 가장 책임감이 강한 분이다. 사람들을 많이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정신적 고통을 받고 계신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광주지법 재판장이 경의를 표한 그는, '이제 더 이상 이 사회에 부담주지 말고, 경제를 힘들게 하지 말고, 잊으라. 잊지 못하더라도 물의를 일으키지는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의 압력에 밀려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손목에 그은 칼자국은 이런 사회의 강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인', '영웅'으로 치켜세워진 한 인간에 대한 이 사회의 무례함은 생존자들, 사망자들, 실종자들, 그 가족들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행하든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으며, 당신들의 요구는 오히려 사회를 불안하게 할 것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은 고스란히 당신들 몫이라는 위협에 우리 국민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제 끝났으니 잊으라'고 목소리를 보태고 있기도 하다.
물론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안타까워서 이제 그만 잊고 산 사람은 살아가자고 위로하는 목소리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빠의 반문에서처럼 당사자들은 '잊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잊지 못할 경험을 해버린 사람들'인 것이다. 노력한다 해서 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이러한 아픔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밝히고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다.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경험자들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행동은 살인과도 같다, 법적 윤리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조하겠다'던 대통령의 발언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이 당사자들의 가르침에 겸허히 몸을 낮추고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여 일 릴레이 단식 이어온 마을... 다시 '잊지 않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