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경제교역 실태를 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르포(워싱턴포스트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워싱턴포스트
이 신문은 지난 13일, 북-중 접경인 단둥 현지취재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보여줬다. 바로 북한 경제의 자본주의 이행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상품을 팔아 이윤을 챙기고 있었다. 북한 정권도 이들 기업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실정이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의 고사를 인용하며 북한과 중국 사이에 암암리에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음도 알렸다.
이 사실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워싱턴이 북한의 돈줄을 틀어쥐어 봐야 큰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이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북한 기업들의 사업 무대가 중국에 발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압력을 가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당국이 국경지대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일축하면, 미국은 딱히 되받을 말이 없어서다.
우리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박왕자씨 총격 피살 이후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고,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5·24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남북 경협은 중단됐고, 이어 정치적 대화도 경색 국면으로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갔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천명하면서도 북핵 포기를 강조하며 공공연히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북한 기업의 활동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도 중국을 지렛대 삼아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을 강도 높게 압박하면 국내 보수 세력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을 발판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서서히 이행하고 있는 현 상황은, 경제협력 중단 등 대북 압박이 궁극적으로 남북 화해에 악영향만 끼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 정권이 계속 북핵 포기만 외쳐봐야 공염불일 뿐이다. 그보다 북한이 핵이란 위험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못하도록, 막힌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 매진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긴장 요인 제거 방안 마련도 당연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경협 재개는 최우선 순위다. 경제는 고도화될수록 그물망이 형성된다. 남북이 경제로 유대를 맺으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확대된다. 이런 흐름이 궁극적인 남북 화해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완성도 기대할 수 있다.
끝으로, 북-중 국경지대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전해준 <워싱턴포스트>지 취재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사실 우리 언론이 다뤄야 할 주제였는데, 우리 언론의 시야는 탈북자의 동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당국의 감시 등 온갖 어려움을 무릅쓴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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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의 겁 없는 취재... 청와대는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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