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인의 <朝이라이드 42화 : 인간의 의지를 믿는다> 중에서
윤서인
<朝이라이드 제 42화 : 인간의 의지를 믿는다> 편에서는 '10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150만 원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고, 200만 원 주는 사람에겐 300만 원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버리라'고 하셨죠. 그것이 스스로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면서요.
그런데 형님, 실제로 해보니 전혀 안 그렇던데요? 비록 내세울 만한 건 아니지만 '비쩍 마른 줄만 알았더니, 그래도 일 좀 한다'는 소리도 나름 여기저기서 들어봤습니다. 정말 딴청 안 피우고, 묵묵히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랬더니 하나도 미안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야간에도, 심지어는 주말에까지 나와 일했던 만큼의 수당도 제대로 안 챙겨줬습니다.
직접 따지니까 못이기는 척 그제야 줍디다. 정말 실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결국 형님 말대로 죽어라고 일만 했는데도, 제 가치는 쥐꼬리만큼도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는 것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형님 말씀처럼 '벼랑 끝 러닝머신 같은 인생'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데 왜 저의 가치는 도통 오를 생각을 않는지 모르겠어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이른바 '금수저·은수저'들은 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부와 명예가 산더미처럼 쌓이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개인의 노력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왜 동등한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출발선은 이렇게 차이가 나야 하는지요? '나라는 내가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뛸 수 있게만 해주면 그만', '생존권이 보장돼 있으면 누가 이렇게 열심히 뛸까'라고도 하셨죠.
형님, 그런데 바로 이 나라가 그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제대로 뛸 수도 없게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요?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는 이들이 아직도 수두룩한데 어떻게 해야 하지요? 최저시급 5580원, 월 116만6220원으로 학비 내고 식비 내고 세금 내고도 나머지 할 일까지 다 하라는데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래서 우리가 쥐꼬리만큼이라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사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생활만큼이라도, 아니면 죽어라 일한 만큼만이라도 가능하게요. 이게 철이 없는 청년들의 칭얼거림인가요? 우리가 언제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힙합이나 하겠다고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