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란(파란계란)맨 처음에는 짚으로 싼 계란이 신기해서 보았는데 가만 보니 황란 사이사이 파란 계란이 들어있다. 이렇게 섞인 것은 5천원, 청란만 싼 것은 1만원이었다.
김민수
오일장을 돌아보다가 정겨운 모습을 보았다. 계란판에 들어있는 계란이 아닌 볏짚으로 싼 계란이다.
어릴적 어머님이 계란을 팔러 나갈 적에 저렇게 계란을 싸서 한 대야씩 이고 가셨다. 계란을 팔러 나가기 전날, 볏짚을 털어 물에 축이고, 더러 피가 뭍은 계란은 물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서 열 개씩 쌌다. 우리 집 계란이 부족하면 다른 양계장에서 계란을 빌려 오기도 했다. 나중에 골판지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계란판이 사용되면서부터는 짚으로 계란을 싸는 일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짚으로 싼 계란은 어릴적 추억을 상기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거 좀 찍어도 되요?""그럼요. 맘껏 찍으세요."그런데 정작 사진을 찍고 있는데 웃으면서 진짜 주인이 등장한다.
"모델료를 내셔야지요.""네, 모델료로 한 두 줄 사면 되죠?""그럼요."사진을 다 찍은 후 값을 물어 보니 한 줄에 5천 원, 만 원이란다. 누구한테 바가지를 씌우려고 그러시나?
"여보, 슈퍼에서 계란 한 판에 5천 원 하지 않나? 그것도 30개에? 아줌마 왜 이렇게 비싸요?""이건 청란이에요. 5천원짜리는 황란하고 섞은 거고, 만 원짜리는 청란만 싼 거예요.""청란이요?""예, 청란을 낳는 청계라는 닭이 있어요. 비둘기 같이 생긴... 계란에 파란 빛이 돌지요?"그런가 보다, 바가지 쓰는 셈 치고 청란 두 줄을 샀다. 하나는 후배 이장님 드리고, 하나는 집으로 가져왔다. 오는 길에도 계산을 해봤다.
"그러니까 10배까지는 아니지만, 7~8배는 비싼거네.""그만한 값어치가 있겠지?"집으로 돌아오자 저녁시간이었고, 궁금해서 아내와 하나씩 프라이를 해 먹었다. 맛이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비싸서 맛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저녁을 다 먹고, 인터넷 검색어에 '청란'이라 타이핑을 하고 실행키를 누르니 그야말로 "어머나!"였다.
효능은 둘째치고 일단 가격이 최하 한 알에 900원, 모쇼핑몰에서는 한 줄에 6만 원이었다. 그야말로 "헉!"이었다. 그리고 일반 계란과 달라서 아토피, 심혈관 계통에 좋단다. 다른 계란처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메가 3 성분이 들어 있어 나쁜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춰주고... 천기누설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소개되고 그야말로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