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간 나오토 전 일본총리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소연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011년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국가적 재난 한가운데 서 있었다. 후쿠시마로 밀려온 쓰나미와 원전붕괴 사고는 말 그대로 재앙이었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은 그 후폭풍 속에 있다. 당시 수상으로 사고 처리를 지휘했던 그는 그 해 8월 총리 자리에서 사퇴했다. 이후 여전히 중의원으로 일본 정치에 몸담고 있다. 이제 '반원전 전도사'가 된 그는 월성 1호기 재가동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을 방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핵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등의 초청으로 방한한 간 전 총리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면담을 하고, 한국의 원전정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 17일부터 부산과 울산, 경주 등에서 원전 문제와 관련한 강연을 했고, 이날 문 대표와의 면담에 앞서 국회에서도 한 차례 강연을 열었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는 그가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일정이었다.
강연과 인터뷰에서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했다. 먼저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싸지도 않다"는 것이다. 또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원전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한국의 원전이 집중돼 있는 동남지역(경주, 울산, 부산)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후쿠시마보다 몇 십 배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간 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울산은 인구만 100만 명이 넘는 공업지대"라며 "만약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피난을 가야한다면 그 규모는 후쿠시마의 몇 십 배가 될 것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또 "원전은 테러 공격에도 취약하다, 전기를 차단하는 것만으로 사고가 발생한다"라며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한 국가가 궤멸상태로 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간 전 총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수상이었다. 사고 이후 원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원전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은 기술 수준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는 소련의 기술 수준이 낮아서 발생한 것이므로, 일본은 안전성에 유의하면서 원전을 운영하면 된다고 봤다. 그래서 터키나 베트남에 가서도 '일본의 원전은 안전하니까 수입해도 된다'라고 세일즈 외교도 했다.
하지만 사고 후에는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깨달았다. 지금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12만 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사고 규모가 더 컸다면 5000만 명이 피난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다는 게 최근 확인됐다. 5000만 명이 피난하는 일은 세계대전 같은 대형전쟁 말고는 없다. 원전은 그 자체로 큰 리스크(위험)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 게 일본이나 한국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오래된 원전일수록 위험성이 높은 건 사실"- 최근 강연 중 "울산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후쿠시마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인가."후쿠시마는 농촌이라서 인구가 많지 않았다. 사고 반경 30킬로미터 안에서 12만 명이 피난했다. 울산은 사정이 다르다고 들었다. 인구만 100만 명이 넘는 공업지대다. 만약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피난을 가야한다면 그 규모는 후쿠시마의 몇 십 배가 될 것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
- 한국의 원자력위원회가 최근 수명연한이 지난 월성 1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이르면 오는 5월 원전이 재가동된다. 어떻게 생각하나?"각 나라마다 의사결정하는 일정한 룰(규정)이 있다. 어떻게 결정할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결정 방식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특히 지역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정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원전일수록 위험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