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폐쇄하라!"지난 2012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고리원전1호기의 폐쇄를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환경운동연합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 고리1호기는 2007년에 30년 수명이 끝났지만, 10년을 더 연장해 가동하고 있다. 2017년이면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또다시 10년을 더 연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부산시민의 뜻을 반영해, 정부가 고리1호기의 재수명 연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물론, 과연 그렇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1호기는 그 어떤 원전보다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이었고, 수명연장이 결정돼 가동 중인 유일한 원전이었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발생한 원전들은 40년 가까이 가동한 노후원전이었다. 따라서 사고에 더 취약한 노후원전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는 고리1호기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직접 피해를 입은 인구는 20만 명에 달한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30km에 거주하는 인구수다. 이를 그대로 한국의 경우에 대입하면 고리원전의 경우는 부산과 양산 등 대도시에 인접해 있어 반경 30km 안에 밀집된 인구가 320만 명이다. 일본보다 16배나 많다. 같은 사고라고 해도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후쿠시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거다.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현실그동안 고리1호기의 존재를 잘 모르고 생활하던 부산과 경남의 시민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원전을 한꺼번에 폐기하기는 어려워도 고리1호기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민심이 변화하자, 표에 민감한 선거직 후보자들이 움직였다. 지난 2014년 지자체 선거에 나선 부산시장 후보들이 잇따라 한 목소리로 '고리1호기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 서병수 부산시장도 새누리당 후보자 시절 재수명 연장 없이 2017년에는 고리1호기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부산의 상황을 보면 고리1호기 폐쇄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각계각층 대다수가 고리1호기 폐쇄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폐쇄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부산의 주요언론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등도 지속적으로 고리1호기 문제를 보도하고 폐쇄해야한다는 사설을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월성1호기 수명연장관련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부산의 지역정서가 잘 드러난 결과가 나왔다. 전체 60.3%가 월성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는 65.7%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폐쇄 여론을 보였다. 그만큼 부산과 경남, 울산 등의 시민들이 노후원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고,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과 경남뿐만이 아니다. 고리1호기는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폐쇄를 요구해 왔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보여주듯이 사고의 피해가 단순히 그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또한 후쿠시마사고로 인해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지출한 배상액과 제염 및 중간저장시설 비용 등이 9조 엔에 달한다.
앞으로 추가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20조 엔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막대한 피해 금액은 도쿄전력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즉, 국민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거다. 따라서 고리1호기의 문제는 원전주변의 주민과 부산과 경남의 시민들의 문제를 넘어 국민 전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