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공개될 '우리동네 위험지도' 앱에서 제공되는 아이씨케미칼 사업장 2012년 배출량 공개물질 현황과 위험성 정보
현재순
여수 지역에서는 지난 1월 30일 노동자 5명이 부상당한 LG화학 폴리카본나이트 포스겐 가스 누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여수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아래 여수건생지사)은 더 이상의 화학 사고를 용납할 수 없으며 긴급 성명을 통해 올바른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구조적 원인 찾아야 첫째, 관계 당국은 작업자 실수로 사고 원인을 봉합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시스템적 원인조사를 실시하라.
사고가 나자 경찰과 소방 당국, 그리고 언론은 사고 원인을 작업자 부주의, 실수로 치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언론은 관계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야간 작업자들이 상승한 반응기에 제때 냉각수를 주입시겼는지, 주입 후 제대로 된 대응 조치를 취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사 방침이라면 작업자들이 마치 주입 시기를 놓쳤거나 압력 상승 후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처럼 책임을 추궁하는 쪽으로 결론 날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반응기 사고 경우 이번 사고와 같이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압력 조절이 불가능해지면서 폭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시스템적 요인을 그 무엇보다 먼저 살펴봐야 한다.
먼저, 압력 상승 시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공정 디자인 문제(Design System Error)일 가능성이 높다. 안전한 공정이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사업장 공정안전보고서(PSM)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초기 설비 도입 단계에서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수 경찰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세 번인가 네 번 작업을 하긴 했는데 좀 불안했다는 거죠, 기계 자체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
다음으로 작업 절차 상의 문제(Procedure System Error)일 가능성이 있다. PSM이 현장에서 온도 상승시 비상 대응 계획으로서 실제 작동되고 있었는지, 다시 말해 냉각수 주입 절차, 주입 이후 대책, 초기 단계에서 비상 정지 매뉴얼 등의 존재 유무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화학 물질의 안전관리를 위한 노·사·민·관이 참여하는 지역 관리 체계인 지역 사회 알권리법과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매번 반복되는 화학 물질 사고 때마다 수 차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이번 사고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노후 설비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수 산단의 경우 대부분의 설비가 30~40년된 것으로 적절한 보수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