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에는 세상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민간 첫 우표박물관 연 전남 담양 이진하씨

등록 2015.03.19 13:27수정 2015.03.19 13:27
0
원고료로 응원
 문위우표를 새긴 우편엽서. 우표박물관 관람객들이 엽서 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위우표를 새긴 우편엽서. 우표박물관 관람객들이 엽서 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이돈삼

휴대전화와 이메일, SNS 등이 확산되면서 편지가 자취를 감췄다. 편지에 붙이는 우표도 보기 힘들어졌다. 우표 대신 요금후납이 찍힌 우편물이 대부분이다. 편지는 커녕 다량의 고지서와 홍보물만 오갈 뿐이다.

당시 우표에는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역사가 실려 있었다. 자연환경도 담겨 있었다. 우표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알리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결핵 퇴치 등 공공사업을 목적으로 덧붙이는 첨가우표도 있었다.


우표를 모으는 취미도 인기였다. 70∼80년대만 해도 우표 모으기는 고상한 취미에 속했다.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날이면 우체국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장사진을 이뤘다. 희귀 우표는 수집가들 사이에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다. 모든 통신을 편지와 집전화로 주고받던 시절의 얘기다. 지금은 추억일 뿐이다.

 담양에 우표박물관을 연 이진하 씨. 이 씨가 우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담양에 우표박물관을 연 이진하 씨. 이 씨가 우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이돈삼

 우표박물관 내부. 전시된 우표를 보면서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여 있다.
우표박물관 내부. 전시된 우표를 보면서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도 놓여 있다.이돈삼

'우표의 모든 것'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우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우표박물관이 지난 14일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에 문을 열었다. 민간인이 연 최초의 우표박물관이다. 우표박물관을 연 이는 이진하(50)씨다. 이씨도 어렸을 때부터 우표를 모아온 '우표수집광'이었다.

"수십 권 돼죠. 그동안 모아온 우표집이요. 그냥 창고에 넣어두기가 아깝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시공간을 꾸미고 일반에 개방한 것입니다. 앞으로 전시물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다 보여주려고요."

지난 14일 개관식 직후 만난 이씨의 말이다.


 5문과 10문 짜리 문위우표. 1884년 우정청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다.
5문과 10문 짜리 문위우표. 1884년 우정청에서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다.이돈삼

 우표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시된 우표를 찍고 있다.
우표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시된 우표를 찍고 있다.이돈삼

우표박물관에서는 1884년 우정청에서 발행한 문위우표(文位郵票)에서부터 올해 발행된 우표까지 다 만날 수 있다. 문위우표는 당시 화폐 단위였던 문(文)으로 표기돼 있다. 5문과 10문 그리고 25문, 50문, 100문 등 5종의 우표를 일본에서 찍었다. 5문, 10문 짜리 우표는 일부 유통됐으나 그해 일어난 갑신정변으로 뒤늦게 반입된 나머지 3종은 사용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우표가 통용됐다. 해방과 함께 1946년 5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우표가 일본에서 인쇄됐다. 그해 8월 광복 1주년 기념우표가 봉황과 태극문양으로 발행됐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우표가 발행된 것은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8월 1일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한 우표였다. 10원이었다. 초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도 나왔다. 5원이었다. 북한의 우표와 만화 캐릭터가 담긴 우표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한 우표. 1948년 8월 1일 발행했다.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한 우표. 1948년 8월 1일 발행했다.이돈삼

 제1회 총선거 기념우표. 문양으로 투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제1회 총선거 기념우표. 문양으로 투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이돈삼

"우표에는 세상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조그마한 네모 안에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요. 세계 여러 나라의 상징과 문화도 알 수 있고요. 작은 공간예술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이씨가 오래 전부터 우표 수집에 공을 들여온 연유다. 역사자료가 되는 우표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보려고 전시공간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된 우표들이 그때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이끈다.

전시관 한쪽에 편지지와 봉투, 우편엽서도 비치돼 있다. 전시관을 돌아본 관람객들이 손글씨로 편지를 직접 써보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체통도 밖에 있어 손으로 쓴 편지를 직접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표박물관을 둘러보고, 오랜 만에 손편지 한 번 써보는 것도 별난 재미가 있겠다.

 민간인이 처음 연 우표박물관 전경. '대나무의 고장'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에 자리하고 있다.
민간인이 처음 연 우표박물관 전경. '대나무의 고장'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에 자리하고 있다.이돈삼

#우표박물관 #이진하 #담양 #대한민국우표 #문위우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